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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나타났다… 25년째 기부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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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전북 전주시 노송동 천사마을에 있는 '얼굴 없는 천사' 벽화의 모습.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천사마을을 조성하고, '얼굴없는 천사'와 나눔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은 벽화를 만들었다. /HD현대1%나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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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천사의 방문은 올해로 25년째다. 그동안 이름도 직업도 알려지지 않은 천사가 보낸 성금은 10억원을 넘어섰다.

2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주민센터 직원이 전화를 받자, 중년 남성은 “기자촌 한식뷔페 맞은편 탑차(트럭) 아래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뒤 전화를 끊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것을 직감한 직원들은 곧바로 이 남성이 지목한 장소로 이동했다. 5년 전 성금을 도난당했던 사건이 있었던 터라 마음은 다급했다.

직원들이 주민센터에서 240m쯤 떨어진 현장에 도착하니 남성이 말한 대로 A4 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인쇄된 편지 1장과 5만원권 다발, 동전이 가득 든 황금색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은 8003만8850원이었다. 편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지난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이 전달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천사는 지난해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8006만3980원을 기부했다. 25년 동안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은 10억4483만6520원에 달한다.

지난 2019년에는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000여만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천사의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전주시는 그의 뜻에 따라 보내준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후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한다. 지난해 HD현대1%나눔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HD현대아너상’ 첫 수상자로 얼굴 없는 천사를 선정하기도 했다.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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