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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양해원의 말글 탐험] [237] 행복한 하루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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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단체에서 휴대전화 쪽지를 또 보냈다. 알량한 기부금이 머쓱해 건성으로 읽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하루. 생일을 맞이한 회원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형용사에는 청유형이나 명령형이 어울리지 않으니 ‘행복하게 보내세요’ 하면 더 좋으련만.

그러고 보니 병원 몇 곳에서도 축하 문자가 와 있다. ‘○○ 의원 모든 가족이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연달아 쓴 ‘축하’를 포함해 두 군데 것이 완전히 똑같다. 그도 그러려니…. 좀 성의 보인 다른 곳 쪽지가 못내 아쉽다. ‘뜻깊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루가 ‘되시다’니. 당사자와 관계없는 사물에 존대를 나타내는 ‘시’를 붙여 우스꽝스럽다. ‘보내다/지내다/즐기다’ 같으면 ‘시’를 붙여 공대(恭待)할 수 있건만. 물론 ‘(오늘이) 행복한 하루 되기를’ 하면 말은 되지만 왜 굳이 ‘되다’에 매달리는지.

정말 문제는 대중매체. 사고를 알리는 방송에서 이런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폭발 직후 모습이 되겠습니다.” 그냥 ‘모습입니다’ 해야지 어째서 모습이 된다는지. 별나게 사는 이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안녕하세요. ◯◯◯ 선생님 되시나요?” ‘선생님이신가요’ 하면 될 것을. 어떤 아나운서는 아예 입에 붙었다. “이른 타이밍에 선발투수를 내리는 기아가 되겠습니다.” 대체 ‘되다’를 붙일 까닭이 어디 있다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의아한 구석이 있다. ‘수량, 요금 따위가 얼마이거나 장소가 어디이다’라는 풀이의 예문(例文)을 보자. ‘요금이 만 원이 되겠습니다.’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는 내용이라면 괜찮겠지. 그냥 얼마임을 말하려거든 ‘만 원입니다’ 해야 옳은 맥락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용법을 만들어 내 께름하다.

뒤늦게 들여다본 휴대전화 쪽지 프로그램에 개운찮음이 적게나마 가셨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사실 그 날짜는 음력(陰曆)이지만, 조금은 행복해졌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양해원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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