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병원 몇 곳에서도 축하 문자가 와 있다. ‘○○ 의원 모든 가족이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연달아 쓴 ‘축하’를 포함해 두 군데 것이 완전히 똑같다. 그도 그러려니…. 좀 성의 보인 다른 곳 쪽지가 못내 아쉽다. ‘뜻깊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루가 ‘되시다’니. 당사자와 관계없는 사물에 존대를 나타내는 ‘시’를 붙여 우스꽝스럽다. ‘보내다/지내다/즐기다’ 같으면 ‘시’를 붙여 공대(恭待)할 수 있건만. 물론 ‘(오늘이) 행복한 하루 되기를’ 하면 말은 되지만 왜 굳이 ‘되다’에 매달리는지.
정말 문제는 대중매체. 사고를 알리는 방송에서 이런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폭발 직후 모습이 되겠습니다.” 그냥 ‘모습입니다’ 해야지 어째서 모습이 된다는지. 별나게 사는 이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안녕하세요. ◯◯◯ 선생님 되시나요?” ‘선생님이신가요’ 하면 될 것을. 어떤 아나운서는 아예 입에 붙었다. “이른 타이밍에 선발투수를 내리는 기아가 되겠습니다.” 대체 ‘되다’를 붙일 까닭이 어디 있다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의아한 구석이 있다. ‘수량, 요금 따위가 얼마이거나 장소가 어디이다’라는 풀이의 예문(例文)을 보자. ‘요금이 만 원이 되겠습니다.’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는 내용이라면 괜찮겠지. 그냥 얼마임을 말하려거든 ‘만 원입니다’ 해야 옳은 맥락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용법을 만들어 내 께름하다.
뒤늦게 들여다본 휴대전화 쪽지 프로그램에 개운찮음이 적게나마 가셨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사실 그 날짜는 음력(陰曆)이지만, 조금은 행복해졌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양해원 글지기 대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