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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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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킹 가능하다"고 선거 전날 발표하라…국정원, 尹 지시로 선관위 점검 결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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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점검결과 선관위 해킹 흔적 못 찾아
대통령에겐 "이론적으로 가능" 보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날 기자간담회 열어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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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가정보원 보안점검 결과 발표 시기를 조정해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던 정황이 19일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10일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이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명분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윤 대통령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도 이런 의혹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10월 10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 11일)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국정원의 선관위 서버 점검 결과 기자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김규현 당시 국정원장에게 직접 지시해 일정을 조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당시 국정원은 당초 10월 6일로 예정했던 간담회 일정을 "불가피한 사정"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보궐선거 전날인 10월 10일로 옮겼다. 당시 국정원은 "9월 중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계획했으나 협의 과정이 있었다"며 "자료를 좀 더 간결화하고 시각물을 넣기 위해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정원 발표는 불가피한 내부 사정이 아닌 윤 대통령의 개입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한 정보 소식통은 "당시 김규현 전 원장이 9월에서 밀린 선관위 점검 결과를 강서구청장 선거도 있고 하니 선거 이후에 발표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이를 들은 대통령이 선거 전 10월로 당기라고 해 10월 6일로 잡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6일로 기자들에게도 공지됐던 기자간담회 일정은 윤대통령이 다시 10월 6일 말고 강서구청장 선거일 전날(10일)에 발표하라고 지시해 일정이 다시 조율됐다. 국정원이 간담회 일정을 미뤘을 땐 이미 정치권을 통해 일부 내용이 유출된 상황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정원 선관위 점검 결과가 공개되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표심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보궐선거는 국정원 발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당시 김 후보는 공무상 비밀누설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으나 윤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다.

'애매한 발표' 국정원·윤 대통령, 선거 영향 유도했나

한국일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선거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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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정원은 지난해 7~9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선관위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했지만 부정선거 흔적은 찾지 못했다. 이런 내용은 최근 국회에도 보고됐다. 국정원은 국회에 "점검결과 과거 북한이 선관위 직원의 e메일을 해킹해 대외비를 포함한 일부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등 선관위의 보안 시스템이 다른 기관보다 취약하다고 판단했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고 보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은 윤 대통령에게 선관위 점검 결과를 애매하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지난해 대통령 보고에서 "선관위 점검 결과 선거 조작 또는 해킹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시 기자들에게도 "기술적으로 보안이 취약했다는 것이지,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당시 한 기자가 '11일 강서구청장 선거는 보안상태가 어떻냐'고 질문하자 "용역업체가 원격조종을 한다면 길은 열려 있다"며 "다만 선관위 입장에서도 이번 점검 결과에 대해 우리 권고를 받았기 때문에 취약점이 있도록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모호하게 답해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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