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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산을 오르며 나누는 대화···분명, 뭔가 다른 게 있다[낙서일람 樂書一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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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등산 시렁
윤성중 글·그림
안온북스 | 288쪽 | 1만7800원

‘등산 시렁’은 산악 전문잡지 ‘월간 산’ 기자인 저자가 등산을 싫어하는 전 직장 동료 방소영과 최민아를 등산에 입문시킬 목적으로 즉흥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저자가 두 사람을 데리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서울 서대문구 안산(295.9m)이다. 안산은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산 입구까지 5분,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1시간가량 걸린다. 이 정도면 등산 마니아들에게는 ‘등산’이 아니라 ‘산책’ 수준의 코스일 것이다. 세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산에 오른다.

저자가 등산 문외한들을 산 정상으로 이끄는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다. 산을 왜 싫어하는지, 종교는 뭔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등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질문들로 대화를 이어간다.

“산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대화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긴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니까. 개미가 지나다니기도 하고 새들이 머리 위로 휙 날아가기도 하니까. 또 바람이 불고 바람이 아래 마을로 뭔가를 쓸어다가 던지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분명 이런 것들이 우리를 다른 식으로 건드리는 게 분명했다.”

산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산을 오르는 과정은 산을 좋아하는 이유를 자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2018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사망한 캐나다 등반가 마크-앙드레 르클렉과의 가상 인터뷰에서 르클렉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등반 성공 자체가 인생을 바꾸진 않거든요. 성공을 향해 달려갈 땐 그런 기대를 갖더라도 결국 남는 건 거기까지 이어진 여정인데 그 기나긴 여정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더 몰입하게 되죠.”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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