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 예르비 지휘·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협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함께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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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연주회가 열리는 공연장 로비에는 시작 전부터 늘 묘한 흥분감이 감돈다. 어려운 티케팅에 성공한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의 연주를 기다린다. 관객은 연주 후 박수 치며 환호할 만반의 대기를 마친 상태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공연이 열렸다. 1부 협연자가 임윤찬이었다. 올해 해외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 중 사실상 마지막 메인 이벤트라 할 행사였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서곡으로 예열을 마치자 피아노가 준비됐고 곧 임윤찬이 나타났다. 기다리던 관객들은 아낌없는 환성으로 만 20세의 젊은 피아니스트를 맞이했다. 임윤찬은 언제나처럼 엉거주춤하게 꾸벅이는 인사로 관객에게 화답한 뒤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이날 레퍼토리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쇼팽은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는데, 통상 자주 연주되는 곡은 1번이다. 시기적으로는 2번이 1번보다 먼저 작곡됐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에서 관현악은 피아노가 주도권을 가지도록 멀찌감치 물러나는 편이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노련하게 시작하자, 임윤찬은 몸을 앞뒤로 흔들며 음악을 감상했다. 피아노 파트가 다가오자 임윤찬은 경주마처럼 순식간에 달려 나갔다. 현악 파트는 들릴 듯 말 듯 여린 소리로 피아노를 감쌌다. 통상 연주자들은 선율을 두드러지게 연주하는 걸 ‘노래하듯 연주한다’고 표현하는데, 임윤찬에게는 ‘그림 그리듯 연주한다’는 표현도 어울릴 듯하다. 임윤찬은 곡의 구조를 파악해 주요한 대목을 뚜렷하게 강조하고 덧칠하는 데 능한 연주자다. 올 상반기 화제가 된 리사이틀이 대표적이다. 당시 임윤찬은 실제 그림을 묘사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연주가 끝나자 여러 차례의 열화 같은 커튼콜이 이어졌다. 임윤찬이 들려준 앙코르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1번 아리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임윤찬이 내년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음악가로 선보일 레퍼토리이기도 해 내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2부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41번 ‘주피터’였다. 통상 오케스트라가 많게는 100명 가까운 단원을 가졌지만, 현악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 출발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편제를 유지한다. 음량은 작지만 실력도 작지는 않다. 현악 단원들은 거의 온몸을 쓰는 듯 격렬하게 활을 움직여 대형 오케스트라에 못지않은 소리를 들려줬다. 2004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아온 파보 예르비는 오디오 볼륨을 높이고 줄이듯 손쉽게 음악의 흐름을 조절했다. 좋은 지휘자가 좋은 오케스트라와 오랜 시간 함께했을 때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
커튼콜이 이어지자 예르비는 이례적으로 앙코르를 두 곡 들려줬다. 시벨리우스의 ‘안단테 페스티보’와 ‘슬픈 왈츠’였다. 앙코르 역시 차돌같이 작지만 단단한 연주였다. 왜 이 작은 단체가 지난해 그라모폰이 선정한 ‘올해의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준 밤이었다. 임윤찬과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21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한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지휘한 파보 예르비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후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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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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