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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아직 끝나지 않은 ‘네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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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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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다. 인간은 말로 표현하고 말로서 행동하고 그 말을 남긴다. <논어>의 처음은 ‘배울 학(學)’, 마지막은 ‘말씀 언(言)’이다. 결국 말 하나 제대로 배우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최근 경천동지할 사태가 발생하고 파천황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또한 말을 타고 나에게까지 실려왔다. 질서 있는 네 글자들 통해 이 사변을 기억하련다.

#처단한다. 조금 일찍 누웠는데 거실에서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실감은커녕 차라리 실소가 터지려는데 계엄령 포고문이 발표되었다. “국회와 … 정치활동을 금한다. …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위반자는 … 처단한다.” 왔던 잠이 확 달아났다. 개그가 아니었다.

#중과부적. 국방부 장관 김용현은 비상계엄령을 해제한 직후, 관계자 등에게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12·4 한겨레신문).

#오리무중.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참석자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으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심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적법성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12·6 뉴스1).

#묵묵부답. 국민의힘 국회의원 105인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였다. 회의장에서 도망치는 중진에게 “선거 때마다 그렇게 투표해달라 애원하더니 왜 투표 안 하느냐”고 물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그 비겁한 이름과 얼굴의 현수막을 찢어발겼다.

#망연자실. 윤 대통령의 돌출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사회적 논란이 커진 뒤 대통령실은 상황을 반전시키려 애쓰기보다 그저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가깝다(12·9 국민일보).

#자중지란. 국민의힘, 친윤계와 친한계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또다시 충돌할 조짐이다(12·10 연합뉴스).

#사면초가. 대통령 출국금지. 28년 동안 검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겨 온 윤석열. 이제 모든 수사기관이 달려드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12·10 경향신문).

#뽑아내다.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천주교 사제 시국선언문)가 들고일어나 마침내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주권자가 민의의 전당에 설치한 스위치들이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 고장 난 스위치들도 모두 뽑아버릴 때까지.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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