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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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지만 끝까지 버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수사를 넘겨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만간 윤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출석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사례가 된다. 탄핵심판과 수사를 동시에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로 윤 대통령의 수사기관 출석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21일 국정농단 사건 조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됐기 때문에 검찰에 출석할 당시 신분은 전직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에 출석했을 때 검찰청 앞에는 구속을 요구하는 이들과 탄핵 무효를 외치는 이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도착한 뒤 바로 조사실로 향하지 않고 당시 특별수사본부 책임자였던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과 티타임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번갈아 조사에 입회했다. 조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총 21시간 동안 이어졌다. 당일 오후 11시 40분쯤 조사가 끝났으나, 이후 피의자 신문 조서를 확인하는데 7시간여가 더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고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귀가했다.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출석 6일 전인 3월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했고 이는 언론에 곧바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현재 검찰로부터 두 차례, 경찰·공수처·국방부 ‘공조수사본부’로부터 한 차례 출석요구를 받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꾸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검찰 1차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변호인단을 구성 중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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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수사기관 도착하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수사 책임자와의 티타임은 이번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당부를 하는 자리이지만 분위기가 경색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티타임 때 찻잔을 입에 대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영상녹화에 동의하지 않아 영상녹화는 하지 않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다만 미리 녹화 사실을 알려줘야 하며 조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녹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 역시 녹화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당시 한웅재 부장검사,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 등이 진행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역시 수사기관 간부급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과정에는 점심과 저녁 두 번의 식사 시간과 짧은 휴식 시간도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조사 당시 검사들은 그를 ‘대통령님’ 또는 ‘대통령께서’라고 불렀다. 이를 두고 탄핵이 인용돼며 직을 박탈당한 피의자에게 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부른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되긴 했지만 직이 박탈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호칭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할 때 호칭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피의자’로 기재가 된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 앞에 차려진 포토라인에 서서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인지도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짧은 입장만 남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히며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만큼 포토라인에 앞에서 이와 비슷하게 강경한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출석요구 거부하고 압수수색 차단…윤, 내란 수사 ‘철벽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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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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