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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1달러 약속이 빚어낸 생명과학 혁명”…세계 보건의료 혁신 선봉에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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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펜 뤼데르스 NNF 기업 홍보 수석부사장(맨 오른쪽)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노보노디스크재단 사무실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재단의 구조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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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최대 기업이다. 덴마크 국민총생산(GDP) 전망치마저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 기업의 소유주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인 ‘노보노디스크재단’(Novo Nordisk Foundation, 이하 NNF)이다.



NNF는 노보노디스크 지주사인 노보홀딩스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노보홀딩스는 노보노디스크 지분 28%를 보유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노보홀딩스는 의결권의 77%를 확보하고 있다. 재벌가가 대부분의 대기업을 지배하는 한국에서 보면 낯설고도 놀라운 지배구조다. 그러나 덴마크 주요 기업 60%는 노보노디스크와 비슷한 재단 기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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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노보노디스크 재단 외벽에 걸린 192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아우구스트 크로그와 아내 마리 크로그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 올해 11월과 12월 덴마크 왕립과학아카데미는 덴마크 기초 의학 연구와 연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 크로그 부부의 생일을 기념하며 과학 강연과 토론회 등 대대적인 특별 행사를 준비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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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로 시작한 기업의 출발…1달러의 약속이 키워낸 ‘선순환 생태계’





지난 2일 덴마크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을 찾았다. 로비에 들어서자 3층 높이의 건물 외벽 크기의 포스터가 방문객을 맞았다. 192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아우구스트 크로그(1874~1949)와 아내 마리 크로그(1874~1943)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 11월과 12월 덴마크 왕립과학아카데미는 덴마크 기초 의학 연구와 연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 크로그 부부의 생일을 기념하며 과학 강연과 토론회 등 대대적인 특별 행사를 준비했다.



의학과 생물학의 융합을 통해 생명의학 발전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두 사람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95억달러(26조9천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한 초거대 기업의 기반을 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뇨병 환자이자 의사이기도 했던 마리 크로그는 1921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프레더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를 필두로 한 연구진이 당뇨병의 핵심 치료제, 인슐린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남편에게 토론토로 건너갈 것을 요청했으며, 마침내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인슐린 약을 제조할 권리를 가지고 돌아와 연구소를 설립했다.



1923년 3월, 환자들이 처음으로 인슐린으로 치료를 받게 됐다. 만성질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당시 아우구스트 크로그 박사가 이 권리를 얻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돈은 단 1달러였다. 대신 캐나다 과학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인류애였다. 인슐린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을 개인의 부로 삼지 않고, 사회와 과학 발전을 위해 환원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부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했고, 오늘날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 NNF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자선재단이 만든 기업 성공 스토리





NNF는 100% 지분을 가진 노보홀딩스를 통해 노보노디스크 등 170여 개의 다양한 제약 및 바이오 회사들에 투자하고 있다. NNF의 자산은 1490억유로(224조8200억원)이며, 지난해 기준 노보홀딩스가 투자 성과로 거둔 이익은 42억유로(6조3336억원)다.



NNF 관계자는 재단 기반의 지배구조가 노보노디스크와 같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덜 민감하며,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기업들에 혁신을 위한 투자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줬으며, 이는 결국 높은 수익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다시 재단으로 들어와 다양한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은 연구와 사회적 프로젝트에 재투자된다. 단순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전세계적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구축된 셈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NNF는 1923년 노보노디스크그룹이 설립된 이래로, 인슐린 개발과 당뇨병 치료제 혁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재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당뇨병 전문병원인 스테노당뇨병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이 센터는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당뇨병 예방과 교육,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맞춤형 진료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재단의 꾸준한 투자와 연구 지원이 노보노디스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 개발의 발판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용체 작용제’는 생체 내의 수용체 분자에 작용해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등과 비슷한 기능을 하거나 그러한 기능을 돕는 물질을 뜻한다.



이 밖에도 NNF는 글로벌 공중보건 프로젝트, 지속 가능한 농업 개발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약 12억유로(1조8천억원)를 자선기금으로 집행했다. 2030년까지 자선기금으로 집행하는 금액은 연 35억유로(5조278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NNF는 2030 전략을 통해 건강, 지속 가능성, 생명과학 생태계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 투자 프로젝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당장 감염병 예방이라는 세계 보건의료 시스템의 과제 해결부터 줄기세포, 양자컴퓨터와 같은 미래 바이오 투자까지 곳곳에 지원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이러한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NNF가 전세계 보건의료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단은 건강 분야에서 당뇨병, 비만, 감염병과 같은 만성 및 급성 질환에 대한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단은 감염병 연구와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왔으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팬데믹에 대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백신과 면역을 위한 노보노디스크재단 연구소’(NIVI)를 설립해 장기 면역을 제공하는 백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생제 내성(AMR) 대응을 위한 행동 기금을 설립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에도 향후 10년간 22억덴마크크로네(약 4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재단은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과 같은 미래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복잡한 생명과학 시스템 시뮬레이션과 신약 개발을 위해 이들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재단은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도 지원한다.



스테펜 뤼데르스 NNF 기업 홍보 수석부사장은 “노보노디스크재단은 국제적으로 자선 활동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수년 동안 인간과 사회적 목적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만성 질환과 항생제 내성 같은 건강 분야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농업 및 식품 분야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코펜하겐/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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