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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대화의 함께 들어요] [6] 한국에는 왜 ‘옛날 캐럴’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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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올해도 시작됐다. 겨울만 되면 벌어지는 캐럴 역주행 말이다. 지금 멜론 실시간 차트를 보면 흔히 ‘겨울 연금’ 노래로 통하는 곡들이 100위권 안으로 다수 진입해 있다. 엑소 ‘첫 눈’, 아이유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젤리피쉬 소속 뮤지션들이 부른 ‘크리스마스니까’ 등. 매년 반갑게 재회하는 곡들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었다.

미국은 더 난리다. 크리스마스가 되지도 않았는데 빌보드 차트 1위, 2위, 3위를 모두 캐럴이 차지했다. 1위는 머라이어 케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2위는 브렌다 리의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 3위는 보비 헬름스의 ‘Jingle Bell Rock’이다. 지난주 톱 40 중 18곡이 캐럴 역주행이었다.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룹 왬!(Wham!)의 종주국답게 ‘Last Christmas’가 1위를 차지한 것 정도만 다르다.

똑같이 차트에 폭설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연말 역주행은 작은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거슬러 오르는 곡들의 시대 범위가 멀게는 1950년대까지 포괄한다. 하지만 한국은 대체로 2010년대 이후 곡들이다.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멜론 톱 100에 역주행한 국내 캐럴 중 가장 먼저 발표된 곡은 2006년 ‘Must Have Love’다. 나머지 곡은 모두 2010년대에 나왔다. 반면 빌보드 2위에 오른 브렌다 리의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는 1958년에 나왔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캐럴은 리메이크가 많은데 한국의 경우 국내 곡보다 해외 고전을 다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애초에 고전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지금 문화계를 리드하는 세대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캐럴들은 대체로 개그맨이나 인기 연예인들의 겨울 팬 서비스였던 경우가 많다. 미국과 영국과 비교해 한국은 지나간 노래를 즐겨 듣는 문화가 약해 신세대들이 옛날 사운드를 견디지 못하는 경향도 더할 것이다. 당장 떠오른 이유들만 추려보면 그렇다.

아쉬운 마음을 갖던 차에 한 곡이 떠올랐다. 1996년 발표된 김현철과 임상아의 ‘크리스마스 이브’다. 김현철 5집 ‘동야동조(冬夜冬朝)’에 수록된 곡으로 유려한 멜로디와 로맨틱한 성탄 무드를 가진 한국 캐럴을 대표할 만한 노래다. 김현철은 TV에서 임상아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인상 깊어 듀엣을 제안했다고 한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됨을 갖춘 데다가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라 지금 역주행해도 어색하지 않다.

내년엔 한국의 옛날 캐럴들도 순위를 거슬러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유튜브 영상 | 크리스마스 이브 - 김현철, 임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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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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