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들과 영화 '백두산’을 보고 있었다. 영화 내용은 대략 이렇다. 백두산 폭발로 한반도가 지구에서 사라질 큰 위기에 휩싸이고, 이 폭발을 막기 위해 북에 있는 핵을 하나 훔쳐서 백두산을 관통하는 탄광에 장착하고 터트린다는 내용이다. 백두산 폭발을 예측한 과학자로 배우 마동석이, 북에 핵을 가지러 가는 특수요원으로 배우 하정우가, 그리고 이중 스파이로 암약하다 결국 하정우와 손을 잡는 북측 인사로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다. 우리 가족은 워낙에 지진, 해일, 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고, 애들 어렸을 때 남편과 극장에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라 함께 봤는데, 영화 중간중간 아이들의 질문이 꽤 날카로웠다.
첫 번째 질문은, 우리나라의 작전에 왜 미국이 개입하냐였다.
두 번째 질문은 중국은 우리나라의 편인지, 북한의 편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는 왜 북한이 한글을 쓰냐는 질문이었다.
인공지능 로봇과 오목 두는 아이들. 영어도, 인공지능도, 문해력도 중요하지만 평화와 통일, 공존의 미래도 함께 배워나가야 하겠지. ⓒ전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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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복잡하고, 아이들의 질문은 의외로 그 차원이 깊고, 그러나 이에 대한 어른의 대답은 간단명료해야 하니 심경이 복잡했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받은 통일교육을 돌이켜봤다. 6월이면 호국보훈의 달 기념 그림을 그리고, 때가 되면 통일글짓기 대화가 열리기도 했다. 반공이나 멸공같은 직접적인 단어가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평화통일’이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북은 여전한 적이면서도, 한민족이면서도, 언젠가는 통일을 이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여러 가지 혼란을 겪은 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성사되며 남측과 북측의 지도자가 전쟁 이후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모습을 TV로 목도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물건들이 마트에서 팔리고, 수학여행지로 금강산과 제주도를 놓고 고심하던 시절, 우리에게 북이란,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의 나라’도 아닌 애매한 어떤 존재. 국제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이 경기하면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한반도기에 알 수 없는 울컥함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내가 낳은 아이들이 북한에 대해 "왜 한글을 쓰냐"고 물어올 만큼 이질감이 심해졌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인류라고 한다. 발달도 빠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고,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많다. 영어는 제2의 모국어처럼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고, 미래사회를 대비하며 인공지능과의 공존도 학습한다. 국영수 중심으로 암기 위주의 학습과 입시를 치러온 우리 세대와 달리 우리 곁의 신인류는 여기에 더해 문해력, 독해력, 사고력, 창의력도 동시에 발달시키며 자라나고 있다.
이런 것들만 하기에도 바쁠텐데 우리나라의 신인류들은 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 태어난 덕에 평화와 통일, 그리고 공존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런저런 이슈들에 밀려 신인류들에 대한 이런 교육이 뒷전인 현실이 가끔은 서늘하다. 우리집 아이들은 요새 스무살이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좀 쫄고 있다. 군대를 안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도 내게 묻는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너희들 스무살 되기 전에 평화통일이 되면 된다. 지금 초1이니까, 대략 12년 정도 남았다. 12년이면 평화와 공존의 시계를 바르게 돌리기에 충분한 것 아닐까?
*전아름은 베이비뉴스 취재기자로 8살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들 쌍둥이라고 하면 다들 힘들었겠다고 놀라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매 순간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놀랄만한 질문을 자주 던져서 사춘기가 오기 전에 기록하고자 '애가 하는 질문이 좋아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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