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의 목적이면 심사 가능"
비상계엄 국회 활동 제한엔 신중론도
"압수수색 방해,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
사진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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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정계선(서울서부지법원장)·마은혁(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조한창(변호사) 헌법재판관 후보자로부터 받은 의견서에 따르면 이들은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지만,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1997년 4월 17일 전두환 씨에게 5.18 재판 관련 내란죄로 무기징역으로 확정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6도3376)을 예시로 들기도 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시위진압 등과 관련하여 전씨에게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한 판례입니다.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라고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지만, 국헌 문란이 목적인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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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에서 행하는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는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서 "계엄법 제9조 제1항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ㆍ구금ㆍ압수ㆍ수색ㆍ거주ㆍ이전ㆍ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에서 행하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지 여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는 방식의 제약을 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2.3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부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는 “헌법 제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온라인·오프라인 등을 통해 부서한 적이 없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에 대해 마은혁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들과 같은 조항을 설명하면서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효력요건인지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후보자들은 "대통령경호처의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방해 행위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방해 행위가 헌법상 규정된 영장제도를 침탈하는 행위인가'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마은혁 후보자는 "수사기관이 법관에 의하여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였다면 이를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조한창 후보자는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 또는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압수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법원에 의하여 적법하게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이 위법하게 방해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현재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인사청문회 일정 합의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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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한규 의원은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여당도 책임 있는 자세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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