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차림으로 히잡 단속 항의하는 이란 여자 대학생 |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이란 당국이 복장 규제로 강한 저항을 촉발한 '히잡과 순결 법' 시행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는 20일 발효 예정이던 히잡과 순결 법 시행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2년여 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가 촉발한 대규모 시위 사태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미니는 2022년 9월16일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졌으며 이는 '히잡 시위'로 불리는 전국적인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아미니 의문사 1주기 이후 불과 나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란 의회를 통과한 '히잡과 순결 법'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복장 규정을 어기는 사람에게 최대 10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재범자와 규정을 조롱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무거운 벌금과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업에 대해서도 규칙 위반자 신고 의무를 부과해 국내외 인권 단체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란 인권운동가와 작가, 언론인 등 300여명은 지난주 "불법적이고 집행 불가능하다"며 히잡과 순결 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여성 및 가족 문제를 담당했던 마수메 에브테카르도 전 부통령도 새 법이 시행되면 이란 인구의 절반이 기소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 당국이 이란 당국이 억압시스템을 더욱 고착하려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모호하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 히잡과 순결 법 재평가 의사를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7월 대선 과정에서도 히잡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개인 생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란 내 히잡 논란은 지난주 인기 가수인 파라스투 아마디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노래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당국이 대중의 강력한 반발에 놀라 아마디를 하루 만에 석방하긴 했으나 히잡 문제가 이란 사회에서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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