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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2024년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시장은 큰 변화의 한 해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며 시장 지형도를 바꿨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 투자 효과에 힘입어 잠시나마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AI 관련 기업들 주가는 크게 상승했고 기업 가치도 재평가받았다.
하지만 SW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위기도 생겨났다. 세일즈포스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주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들 대규모 서비스 중단 사태가 잇따르며 클라우드 시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또한 브로드컴이 VM웨어를 인수한 후 단행한 일방적인 가격정책 변경은 기업 IT 인프라 근간인 가상화 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 모바일 시대 저물어 가던 MS 부상...AI가 바꾼 글로벌 SW 시장 지형도=올해 1월 MS는 사상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 자리에 올랐다. 윈도 운영체제(OS)로 PC시대를 이끌었지만 모바일 시대 존재감이 줄어들던 MS가 챗GPT 개발사 오픈AI 투자로 AI시대 주도권을 잡으며 일궈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다만 MS 급격한 영향력 확대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주목도 받고 있다. FTC는 최근 MS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AI 제품 등 전방위적인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AI가 6개월마다 성능이 2배로 향상되며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열풍은 전통적인 기업용 SW기업들 부활을 이끌었다. 오라클은 AI 인프라 수요 급증에 힘입어 주가가 1년 새 84% 급등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래리 엘리슨 회장이 제프 베조스를 제치고 세계 부자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SAP 역시 올해 3분기 기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하고 신규 클라우드 거래 30%가 비즈니스 AI를 활용하면서 주가가 전년대비 66% 상승했다. IBM도 AI 관련 사업이 30억달러를 돌파하며 주가가 1년새 49%가량 올랐다. 전통적 기업용 SW기업들이 클라우드와 AI를 결합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투자자들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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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SaaS 서비스 중단...클라우드 시대 경고음=하지만 AI를 필두로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도 드러났다. 글로벌 SaaS 기업들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대표적이다.
최근 세일즈포스는 9시간 이상 아시아태평양 및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 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세일즈포스는 고객관계관리(CRM) 시장 점유율 21.7%를 차지한다. 포춘 100대 기업을 포함한 15만개 기업이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쓰는 만큼, 국내외 다수 기업 고객관리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킨 건 지난 7월 발생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결함이었다. 업데이트 과정에서 윈도OS와 충돌로 850만대 이상 윈도 기기가 영향을 받았고, 3만여편 항공편이 지연·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가)자동차 공급망에 발작을 일으켰다”며 “모든 시스템에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수많은 구성요소가 상호 연결된 복잡한 시스템인 만큼,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 변경만으로도 전체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안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잡는 것이 SaaS 기업들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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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웨어 가격정책 변경이 예고하는 가상화 시장 재편=브로드컴 VM웨어 인수 후 진행된 일련의 변화는 기업 IT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VM웨어는 160개 이상이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대폭 축소했고, 가격체계도 CPU당 가격에서 코어당 가격으로 전환하며 최대 5배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업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특히 VM웨어가 별도 제공하던 50개 이상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게 기업들에 큰 타격이 됐다. 기존 단일 제품만 사용하던 기업들이 패키지로 구매해 다른 솔루션까지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끼워팔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가트너는 “VM웨어 인수 이후 고객 기업들은 온프레미스 가상화에 따른 비용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온프레미스에서 통합에 따른 이점이 적은 워크로드에 대해 탈가상화가 검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VM웨어는 20년 넘게 기업 IT 인프라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왔다. 국내에선 대기업과 금융기관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사용 중이다. 그만큼 다수 기업들이 VM웨어를 지속해서 사용하는 방안과 다른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컨테이너 기반의 도커와 쿠버네티스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KVM 등 오픈소스 기반 가상화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다. 뉴타닉스와 레드햇 등 경쟁사들은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며 VM웨어 고객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을 내놓거나 자사 솔루션을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기업과 금융권 등 VM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많았지만 아직 이를 행동에 옮기는 곳들은 많지 않았다”면서 “내년 이후 VM웨어 재계약 기간이 도래하는 기업들이 점차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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