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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2024년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은 도약과 침체가 교차한 한 해였다. 더존비즈온과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엠로 등 중견기업들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와 인공지능(AI)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까지 이어갔지만, 신규 상장을 시도한 기업들은 얼어붙은 투자 시장 한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기술력과 수익성을 겸비한 SW 기업들조차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4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사이냅소프트나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둔 유라클도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대표적 토종 SW기업 티맥스그룹은 티맥스ANC 임금체불 사태까지 겪으며 존립 위기에 처했다.
◆AI‧SaaS 투자 성과...국내 중견 SW기업들 글로벌 도약=전통적인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SaaS 전환이 가시적 성과를 냈다. 더존비즈온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70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을 달성하며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AI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 ‘원 AI’는 출시 4개월 만에 1000개 이상 기업과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주목을 받았다.
더존비즈온은 최근 신제품 ‘옴니이솔’을 출시하며 대기업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기존 전사적자원관리(ERP)에 그룹웨어, 문서작성, 관리도구 등을 통합하고 AI를 내재화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내년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일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컴은 클라우드 기반 SaaS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매출액 376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32.8%, 107.6% 성장한 수치다. 웹기안기, 웹한글 등 웹 기반 제품이 올해 누적 매출 25%를 차지하며 클라우드 전환이 본격화됐다.
AI 기업으로 전환을 선포한 한컴은 최근 핵심 서비스인 AI 비서 ‘한컴어시스턴트’와 AI 기반 지식베이스 ‘한컴피디아’를 출시했다. 올해 AI 제품 포트폴리오 로드맵을 갖춘 한컴은 내년 본격적인 수익 확보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공급망관리(SCM) 솔루션 기업 엠로도 해외 시장에 진출해 순항하고 있다. 엠로는 올해 3분기 매출 232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41%, 238% 성장했다. 특히 최대주주인 삼성SDS와 함께 SRM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인 ‘케이던시아’를 개발하고 북미 시장에 첫 진출하며 해외 사업 확장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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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기업 IPO ‘혹한기’...견고한 실적에도 주가 하락=올해 하반기 국내 SW 기업들 기업공개(IPO) 시장은 얼어붙었다. 하반기에만 사이냅소프트·클로봇·인스피언·유라클·시프트업 등 11개 SW 기업이 상장에 도전했지만 모든 기업이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기록했다. 많게는 60% 이상 하락한 기업도 있었다.
디지털 문서 SW 기업 사이냅소프트는 연평균 17.3%의 매출 성장과 4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알짜 기업임에도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24.5% 하락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사이냅소프트는 전자문서를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도큐 애널라이저’, 생성형 AI ‘DU LLM’ 등 신규 사업을 전개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 앱 개발 플랫폼 기업 유라클 역시 올해 3분기 매출 134억원, 영업이익 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6%, 31% 증가하는 등 견고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유라클이 운영하는 모피어스 하이브리드 앱은 다수 대기업 그룹사 모바일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 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AI 플랫폼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투자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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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그룹의 위기...SW 산업 과제=1세대 토종 SW기업으로 꼽히던 티맥스그룹이 존폐 기로에 섰다. 티맥스는 캑터스PE 등과 함께 1조1000억원 규모 펀딩을 통해 2년 전 매각했던 티맥스소프트를 재인수하는데 성공했지만, 불과 4개월만에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겨야했다. 최근에는 박대연 회장이 티맥스데이터 지분을 스틱인베스트먼트·캑터스PE 컨소시엄에 매각하고 티맥스ANC 경영에 전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사업 발굴을 맡았던 계열사 티맥스ANC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재정난이 극에 달한 티맥스ANC는 9월부터 임금 체불이 시작됐고,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을 실시하면서 1200여명이던 직원 수가 3개월 만에 500~600명대로 급감했다. 현재도 자금난으로 인해 사실상 상시 권고사직이 진행 중이다.
박대연 회장의 야심작인 슈퍼앱 ‘가이아’ 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는 최근 사명을 티맥스A&C에서 티맥스ANC로 변경하고 ‘AI·노코드·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2023년 기준 티맥스ANC 연결매출은 38억원인 반면 영업손실은 535억원으로,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1654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더욱이 배달공제조합은 티맥스핀테크에 의뢰했던 플랫폼 구축 사업 실패로 선급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티맥스ANC가 슈퍼앱 개발에 전념하기보다는 단기간 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인한 R&D 역량 훼손 우려와 함께, 현재 재무상황과 인력 구조로는 신규 사업 추진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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