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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외 클라우드 산업에 있어 올 한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혁신의 흐름을 타고 많은 변화를 맞이한 해였다. 전세계적으로 생성형 AI가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산업군은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클라우드는 AI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성장가치를 증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누군가에는 기회였고 누군가에는 위기였다. 누가 먼저 가장 빠르게 기회를 잡았는가를 묻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를 빼고 말할 수 없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GPT3.5 기반 생성형 AI ‘챗GPT’를 최초로 선보이기 이전부터, MS는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7조원)를 선제적으로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다. 이는 MS가 올해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도 성장의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결정적 시초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전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지출 현황을 봤을 때 MS는 전년보다 매출이 31% 성장했다. 이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시초이자 글로벌 1위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성적(17%)보다 두 배 가까이 높고 구글클라우드(28%)도 앞서는 숫자다. AWS는 같은 기간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31% 점유율로 여전히 왕좌를 지키고 있지만, 25% 점유율을 기록한 MS에 의해 추격받고 있다. 이는 결국 생성형 AI의 초기 선점 여부에서 기인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생성형 AI가 지극히 초창기 시장에 해당하는 만큼, 앞으로의 레이스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클라우드 빅3도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MS의 경우, 챗GPT와 GPT4 모델 등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오피스 제품군에 적용함으로써 오픈AI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생성형 AI 진영을 굳힌 상태다. 또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한 코파일럿 생태계를 확대해 애저와 M365의 고객사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에 맞선 AWS는 조금 다른 전략이다. MS가 오픈AI와의 강결합된 독점적 생태계로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을 쓴다면, AWS는 메타와 앤스로픽 등 다양한 AI 파트너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AI 모델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아마존 베드록’ 중심의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하고 있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소형언어모델(SLM) ‘젬마’를 오픈 모델로 내놔 개방성을 확대하는 일종의 두 마리 토끼 잡기식 행보가 확인된다.
이처럼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기업이 보여주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규모의 경제’다. 글로벌 클라우드 빅테크들은 생성형 AI 혁신이 가속화함에 따라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아마존과 MS, 구글, 메타 등은 전세계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건립 중이며, 이들의 올해 설비투자액 합산은 지난해보다 42% 증액된 2090억달러(약 28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순히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AI 스타트업 등 투자까지 따지면 비용은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 같은 빅테크들의 규모의 경제는 쉽지 않은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투자 규모가 현저히 적은 클라우드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기술 혁신을 주도하기가 힘들고, 이는 한정적인 내수 시장에서마저 경쟁력이 박탈될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글로벌 빅3가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상황이며,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들은 강력한 망분리 규제가 작용해온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 한해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공공과 금융 클라우드 시장을 둘러싼 망분리 규제도 서서히 완화되는 추세다.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시 충족해야 하는 보안 규제인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제도는 등급제(상·중·하) 시행으로 ‘하’등급에 한해 논리적망분리(소프트웨어적으로 망분리 효과를 냄)를 허용했고, 이에 따라 MS가 최근 글로벌 CSP 최초로 ‘하’등급 인증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금융권에도 정부 주도로 ‘금융 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 정책이 시행되면서, 외산 클라우드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른 국내 CSP들의 대응전략도 조금씩 다른 모습이다. KT클라우드의 경우 빅테크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모회사 KT와 MS간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MS와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공동 개발해 공공·금융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한편에서 빅테크의 국내 시장 진입을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소버린(Sovereign·자주적) 클라우드 역량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KT클라우드의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반대로 팀네이버 차원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X’ 역량을 필두로, 북미와 AI 동맹을 유지하면서 소버린AI를 원하는 중동·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에 AI 생태계를 수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NHN클라우드의 경우 ‘광주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초거대 AI 인프라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올해 초 자체 AI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안산’ 개소를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AI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선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국산 클라우드의 자체 경쟁력 제고라는 쉽지 않은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통해, 공공부문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촉진, ‘국가 AI 컴퓨팅 센터’ 설립 등 AI 인프라 역량 확충, 국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해외진출 및 서비스형플랫폼(PaaS) 생태계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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