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시리아 서부 항구도시 라타키아에서 축출된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초상화가 훼손된 채 바닥에 놓여 있다. 라타키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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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과 국제사회가 53년간 철권통치를 하던 아사드 정권이 축적한 재산을 쫓기 시작했다. 반군 공세에 축출된 바샤르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그 일가의 재산 규모는 최대 120억달러(17조2400억원)로 알려졌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그 일가가 은닉한 수십억달러의 현금과 자산을 추적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아사드 가문은 1971년 하페즈 아사드가 정권을 잡은 뒤 대를 이어 2000년 바샤르 아사드가 집권했다. 53년 독재 통치 기간에 아사드 가문은 축적한 재산으로 러시아와 스위스 등에 호화 부동산을 사들였고, 자산 목록에는 전용기와 고급 스포츠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재산을 추적하고 회수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사냥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바샤르 아사드의 삼촌인 리파아트 아사드의 프랑스 내 자산 동결 등을 이끈 변호사는 “두바이나 러시아 등 조세회피처에 있는 (아사르의) 돈은 회수하기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드 일가가 쌓은 자산 규모는 추정치만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가 2022년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아사드 일가의 순자산 규모가 10~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에 더해 2020년 아사드가 사촌인 재벌 라미 마클루프와 갈등을 겪은 뒤 그에게서 빼앗은 사업권과 재산 등의 규모는 최대 100억달러(약 14조3천억원)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사드 일가는 국영회사 운영과 마약 밀매 등을 통해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국민은 빈곤에 시달렸지만, 아사드 가문의 재산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뒤에도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세계식량기구가 공개한 2024년 8~9월 시리아 상황 보고서를 보면, 시리아의 식량 안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 전체 인구(약 2300만명)의 13%에 이르는 300만명이 심각한 기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의 최저 임금은 한 가족 필수 식량의 10%만 살 수 있는 정도였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시리아에서 하루 2.15달러(약 3천원) 미만의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극빈층 비율은 24.8%에 이른다.
아사드 일가가 재산을 이미 러시아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시리아중앙은행이 2018~2019년 21차례에 걸쳐 현금 2억5천만달러(약 3950억원)를 모스크바로 공수해 한 은행에 입금한 내역이 담긴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시리아의 보유 외환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2톤에 이르는 100달러와 500유로 지폐를 날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러시아로 공수한 현금이 무슨 목적으로 쓰였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시기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에서 군사 지원을 받았던 시기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식통은 시리아 중앙은행이 서방 경제제재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했을 것이라며 “(아사드 정권이 현금으로)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구입하고 방위 비용 등을 치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대량의 현금이 공수됐던 시기에 아사드 가문은 모스크바의 고가 부동산도 구입했다. 이런 목적에 쓰일 대금도 현금으로 지불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쉔커 전 미국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아사드) 정권과 핵심 인물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금을 안전한 피난처로 옮겼어야 했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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