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자원관, 잇달아 미생물 발견
향수 원료·피부 보호 등 기능 확인
실증화 기술 개발도 착착 추진중
향수 원료·피부 보호 등 기능 확인
실증화 기술 개발도 착착 추진중
[연합뉴스] |
비가 오면 흙냄새와 비슷한 특유의 냄새가 난다.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남조류 유래 물질 2-메틸이소보르네올. 유럽에서는 이 물질을 자연의 냄새를 모사한 향수 원료로 사용한다. 우리 눈에도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향수를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 산하 생물자원관들은 이같은 미생물을 잇달아 발견하고 실증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올해 비 냄새 원인물질인 2-메틸이소보르네올을 생산하는 ‘노스톡 속(屬)’의 남조류를 발견했다. 관련 균주를 배양할 수 있는 특허도 출원했다. 앞서 호남권생물자원관은 2022년부터 토양 남조류 라이브러리 구축 연구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섬 지역 토양 남조류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목포시 소재 고하도의 토양에서 2-메틸이소보르네올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발굴했다.
2-메틸이소보르네올을 생산하는 노스톡 속 HNIBRCY4 현미경 사진. [환경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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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메틸이소보르네올은 향수 원료 등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연구진이 해당 물질이 유발하는 냄새가 두뇌 활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원관은 이 미생물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가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피부를 보호하는 붉은색 유기 색소 생산 미생물을 발견했다. 인천의 염전에서 채취한 시료의 미생물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다. 자원관과 서명지 인천대 교수 연구진은 호염성 고균의 유전체를 분석해 ‘박테리오루베린’을 생산하는 11종의 고균을 확인했다. 호염성 고균은 염분 농도가 높은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박테리오루베린은 자외선과 외부 환경으로부터 호염성 고균을 보호하는 강한 항산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 강화, 노화 방지, 피부건강 유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성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
11종 중에서 5종의 호염성 고균은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제어 가능한 유전자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유전자는 광유전학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할로로돕신’ 생산에 관여한다.
자원관은 이번에 발견한 미생물로 해외 미생물을 대체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은 박테리오루베린을 전량 수입하며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미생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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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에서 핵심광물을 추출할 수 있는 미생물도 확인됐다. 자원관은 지난해 경상북도의 한 폐광산에서 폐배터리의 광물을 친환경적 방법으로 환원할 수 있는 미생물 3종을 발견했다.
안준모·황국화 전북대 교수 연구진, 이효정 군산대 연구진과 이같은 성과를 냈다. 이들은 양극화물질을 미생물이 활성화된 용액에서 24시간 동안 침출한 결과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가 95% 이상 분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양극활물질은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의 재료로 사용된다.
연구에 사용된 미생물 3종은 애시디싸이오바실러스 속에 속하는 2종, 페로액시디바실러스 속에 속하는 1종이다. 자원관은 실증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발견된 미생물을 활용한 기술 개발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자원관은 지난 상반기 선박 건조 기업과 미생물을 활용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알코올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발견한 자생미생물 ‘스포로무사 스패로이데스’를 활용해 생물학적 탄소 전환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해당 미생물은 액화시킨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삼아 분해한다. 이후 아세트산을 만들고 이를 환원해 알코올로 전환한다. 양 기관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미생물 배양 시설에 주입하고 알코올로 전환하는 실증실험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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