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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트럼프, 대북 특사에 ‘대화 지지파’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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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출신 측근 그리넬 발탁

조선일보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대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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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 문제를 담당할 대통령 특사에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58) 전 독일 대사를 임명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그리넬은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등을 지냈고, 오는 1월 출범할 2기 때 국무 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트럼프의 ‘외교·안보 책사’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김정은 간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북한과의 소통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그리넬을 특사로 임명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된 미·북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그리넬을 특사로 임명하게 돼 기쁘다. 그는 베네수엘라·북한을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일부 영역을 담당해 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넬의 공식 직함은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사절(Presidential Envoy for Special Missions)’이다. 트럼프는 “그리넬이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과 여러 나라에 관여했다”고 밝혀 그리넬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북한 문제임을 확실히 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22일 백악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룰 국가 안보 부보좌관에 1기 때 미·북 협상 실무에 깊이 관여한 앨릭스 웡 전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 부대표를 발탁했다.

그리넬은 에반젤대와 하버드대의 행정대학원 격인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1~2008년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공보·공공 외교 업무를 담당했다.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만 해도 트럼프를 ‘위험한 사람’이라 부르며 적대했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트럼프 충성파’로 전향했다.

트럼프 1기 때 세르비아·코소보 평화 협상 대통령 특사, 독일 주재 대사, DNI 국장 대행 등을 역임하며 트럼프의 눈에 확실히 들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과 트럼프와의 인식 공유, 오랜 기간 검증된 충성도 등이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 지명자를 능가한다는 것이 중평이다. 트럼프는 그리넬에 대해 “위대한 전사(fighter)”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 왔다. 앞서 로이터가 그리넬이 이란 특사에 거론된다고 보도하자 트럼프는 “더 큰 일을 맡게 될 것”이라 했는데, 이틀 만에 그를 북한 문제 등을 담당할 특사에 임명했다.

그리넬이 맡게 된 ‘특사’는 공수(攻守)에 구애받지 않는 ‘리베로’ 같은 자리다. 트럼프가 밝힌 임명 배경을 보면, 미·북 대화 여지가 보일 경우 트럼프가 그리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무를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반복적으로 북한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고, 지난 12일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그가 제대로 상대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리넬 역시 첫 임기 때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난 트럼프의 대북 행보를 두둔해 왔다. 지난 7월 P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우리를 위협하는 지도자고 (트럼프는) ‘내가 그와 대화하면 어떨까. 관계를 맺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이는 김정은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이웃 나라와 미국을 위협한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 나라 정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는 미국을 위해 관여·투쟁하고 위대한 양자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트럼프가 그 사람(김정은)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나는 사랑했다. 그게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현실에 기반해 협상해야 한다”며 “미친 사람이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그곳으로 걸어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미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넬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국들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독일 주재 대사로 있을 때 우방인 독일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 “유럽 우파에 힘을 싣겠다”같이 논란이 된 거친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1기 말기인 2020년 7월 ‘독일 주둔 미군 3분의 1 철수’ 방침을 통보한 사람도 그리넬이었다. 이후 정권 교체로 실제 철군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내년 대통령에 취임하면 다시 독일이나 한국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넬은 2020년 6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넬은 지난 7월 위스콘신주(州)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강한 목소리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클럽 가운데 회비를 내지 않고도 시설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내겠다고 서약하고도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들이 나토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제발 비용을 내라”고 했다. 트럼프 재집권 시 주한 미군과 주둔 비용에 닥칠 변화를 묻자 “트럼프가 1기 때 자주 말했듯이 미국의 안보 지원으로 혜택을 공유받는 나라들은 자기 역할을 하고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 (그런 원칙은) 2기에도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동성애자로, 어린 시절엔 성 정체성과 관련한 갈등이 컸다고 한다. 2012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모르몬 교도인 밋 롬니의 외교 정책 대변인으로 지명되고도 “동성애자는 안 된다”는 당내 반발로 3주 만에 물러난 일 마음에 큰 상처가 됐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2013년 림프종 진단을 받았지만 완치됐는데, 그는 2019년 한 기고문에 “암을 이겨낸 이후 물질적 소유에 대한 갈망은 약해진 대신 가족·친구와 관계는 더 깊어졌다”고 썼다. 사업가이자 뮤지컬 배우인 ‘파트너’ 맷 래시와 15년 넘게 동거 중이다.

☞특사(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사절)

영어로는 ‘Presidential Envoy for Special Missions’라고 하고, 한국어로는 줄여서 ‘대통령 특사’라고 흔히 쓴다. 미국의 대통령은 특사를 임명해 특정한 과제를 맡길 수 있다. 기후 변화, 에너지 안보, 국제 분쟁 등 집중적 대처가 필요한 현안을 다루기 위해 임명한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특사 수엔 제한이 없고, 역할과 임기도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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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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