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북한 업무 등 '특수 임무' 담당 특사에 자신의 '외교 책사'이자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58·사진)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베네수엘라와 북한 등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일부 영역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릭(리처드)은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며, 항상 미국을 가장 최우선에 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넬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독일 대사와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세르비아·코소보 평화협상을 위한 대통령 특사를 지냈다. 이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8년간 근무하며 북한 등 여러 국가와 협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을 주요 업무 영역으로 언급한 특사에 최측근 외교 책사를 지명한 것은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으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명됐지만 그리넬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거물급 인사'로 꼽힌다.
그리넬은 지난 7월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당시 "김정은을 승인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이웃을 위협하고 있고,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나는 트럼프가 그 사람(김정은)과 관여했다는 사실을 사랑했다. 그것이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 대사로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지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CBS 방송의 보도가 나왔다. 글래스 전 대사는 재계 출신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오랫동안 후원해왔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원한 뒤 2017년 포르투갈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4년 가까이 포르투갈 대사를 지내면서 에너지, 농업 등 경제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고, 중국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통신 장비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 참여를 반대하고, 포르투갈이 주요 항구 건설을 중국 업체에 맡길 경우 미국산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글래스 전 대사의 발언에 대해 당시 포르투갈 내에서 반발 여론이 확산했다.
주한 대사에 대한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월 취임한 이후 16개월간 주한 대사를 지명하지 않았다.
글로벌 안보·무역 질서를 뒤흔들 공약을 쏟아낸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들이 '접촉 루트'를 찾고 있는 가운데 리더십 부재 위기에 직면한 한국은 정상 차원의 네트워크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과도 정부'를 상대하고 협의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한 달 여 앞두고 정상급 외교가 실행에 옮겨지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외에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다음달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
초청을 받은 모든 정상이 취임식에 참석할지는 미지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성향이라는 점에서 취임식은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에 이미 밀레이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대화를 나눴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행사 참석 차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멜로니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윌리엄 영국 왕세자를 만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은 사실상 정상 외교를 가동한 상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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