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국회의원은 204명이었습니다. 300명의 68%입니다. 최근 여론조사 탄핵 찬성 비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높은 수치입니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당연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탄핵소추로 권한 행사가 정지됐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전히 윤석열입니다. 내란 우두머리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습니다. 즉시 체포·구속해야 합니다.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처벌해야 합니다.
처벌과 탄핵은 별도의 경로로 진행됩니다. 탄핵은 고위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긴급하게 파면하는 제도입니다. 우리 헌법은 국회에 탄핵소추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 권한을 각각 부여했습니다. 이제부터 헌법재판소의 시간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됩니다.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합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서 각각 3명씩 인선하도록 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재판관 중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합니다. 그러나 재판관 임명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6명입니다. 국회에서 선출됐던 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10월 퇴임했지만 국회가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석 소장이 퇴임한 뒤 헌법재판소장도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헌법재판소 누리집을 찾아보면 재판관 명단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문형배 1966년생, 진주 대아고, 서울대 법대
이미선 1970년생, 부산 학산여고, 부산대 법대
김형두 1965년생, 동암고, 서울대 법대
정정미 1969년생, 남성여고, 서울대 법대
정형식 1961년생, 서울고, 서울대 법대
김복형 1968년생, 부산 서여고, 서울대 법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습니다.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국회는 재판관 3명을 신속히 선출할 예정입니다. 이달 안에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3명을 선출하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1969년생, 충주여고, 서울대 법대),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1963년생,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추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1965년생, 상문고, 서울대 법대)를 추천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9명으로 완전체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9명은 재판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들입니다. 세간에서는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발표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할 때 재판관 의견이 8 대 1로 갈렸습니다. 서기석·안창호·이진성·이정미·박한철·김창종·강일원·조용호 재판관이 ‘해산’ 의견을 냈고 김이수 재판관 홀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2017년 3월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재판관은 8명이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박한철 재판관(헌법재판소장)은 퇴임했고, 나머지 8명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도 8명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차이가 없었습니다.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을 유린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인지는 법적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명백합니다. 탄핵 결정은 형사 재판과 달리 대통령의 위헌·위법에 대한 징계입니다. 기각 의견을 낼 재판관은 없을 것입니다.
1987년 개정 헌법으로 설치된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경우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사례가 유일합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는 기각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해 대통령 탄핵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량의 판례를 내놓았습니다.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가 있는 경우’란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를 말한다.”
“예컨대 (중략)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등은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은 헌법재판소가 예시한 탄핵 사유에 정확히 들어 맞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할 것이라고 제가 확신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3월12일 탄핵소추됐고, 5월14일 기각됐습니다. 2개월 걸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9일 탄핵소추됐고, 2017년 3월10일 파면됐습니다. 3개월 걸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도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경제에 가장 나쁜 것이 불확실성입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00원대로 치솟은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이유입니다. 경제 성장률이 내림세로 돌아선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우리나라 외교·안보·통상 위협 요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당장에라도 회담할 기세입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다 우리에게는 재앙적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덕수 권한대행을 만나줄 리도 없습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을 즉시 퇴진시키고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합니다. 그게 최선입니다.
헌법재판소법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법은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선출직 최고위 공직자입니다. 중앙징계위원회가 파면이나 해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대통령 스스로 퇴진하면 곧바로 ‘대통령 궐위’입니다. 탄핵심판은 중단됩니다.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의힘이 앞장서야 합니다. 보수 세력 전체가 팔을 걷고 나서서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마지막 애국심과 양심에 호소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수 세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탄핵소추 무기명 투표에서 85명이나 반대표를 던진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급적 이른 대선이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에도 이득입니다.
첫째,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60일은 매우 긴 시간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둘째, 지더라도 명분을 건져야 합니다. 보수의 가장 큰 덕목은 애국심입니다. 정권보다 국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선거를 치르면 국민의힘은 더 크게 패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살아 돌아오리라고 요행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한민국은 파국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도 모르고 법치도 모르는 무자격자였습니다. 애초부터 그를 대통령 자리에 밀어 올린 게 잘못이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버리고 깨끗하게 다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