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커가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가 13일 핸드메이드 어워드를 개최했다.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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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갔다. 창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흩어졌다. 2014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처음 '아이디어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다. 그때는 몰랐다. 새벽녘 아파트 거실의 불빛이, 한적한 주말 오후의 망치 소리가, 깊은 밤 좁은 방에서 들리는 재봉틀 소리가 이토록 거대한 물결이 될 줄은.
시간이 흘렀다. 2024년 12월의 바람이 차갑다. 제8회 아이디어스 핸드메이드 어워드가 열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내 최대의 핸드메이드 플랫폼이라 했다. 취미가 직업이 되고, 혼자만의 작업실이 수만 명의 고객과 만나는 공간이 되었다고 했다. 이제는 국경마저 넘어선다 했다.
처음은 단순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는 바느질이었다. 퇴근 후 좁은 원룸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목공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시작하는 베이킹이었다. 일상이었다. 다만 온라인이라는 창문이 열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창문으로 비친 빛은 생각보다 멀리 퍼져나갔다.
핸드메이드 어워드 수상작가 전시품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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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가 길었다. 수상작가들의 작품이 늘어섰다.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적혀 있었다. "처음과 같이,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고객과 함께 걷는 것." 올해의 대상 수상자 '아비엥또'의 진열대 앞이었다. 8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작품들이 그 문장과 함께 놓여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직장 생활을 그만둔 지 20년이 됐어요." 아비엥또의 말이었다. 프랑스어로 '또 만나요'라는 뜻이라 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전업주부가 된 시간, 딸이 좋아하는 주얼리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 취미가 일이 되어가는 과정. 8년의 시간이 흘렀다. 만 명이 넘는 팔로워와 13,000개의 후기가 흔적처럼 쌓였다.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했다. 처음부터 주문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 주문이 없을 때는 트렌드를 공부했다. 원석을 연구했다.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수시대라서 한 가지 직업으로 살 수는 없어요." 그녀의 말이었다. "지금이 제 세 번째 직업이에요." 초심을 잊지 않는다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참고했던 작가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했다. 그래서 늘 경계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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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 대상 수상자 랜선금빵이 시상자로 나섰다. "되게 힘든 시기인데… 버티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났다. "흩어지지 않고 한마음으로 같이 간다면, 희망찬 2025년이 되지 않을까요?" 동료들이 모인 자리라 했다. 서로 격려하고 즐기고 가라 했다.
최우수상의 자리에는 다섯 개의 이름이 올랐다. '정인당'이 음식을 만들었다. '베르타니'가 옷과 장신구를 빚었다. '오드모아&핑크로사'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SPEDEAR'는 글씨를 담는 그릇을 만들었다. '쓰이고'는 손끝으로 예술을 빚어냈다.
사람들이 직접 뽑았다. '쎄알리스'의 작품이 가장 많은 손길을 받았다. '바라믐'은 몸을 장식했고, '아멜리에즈'는 삶을 꾸몄다. '시케'는 글씨에 옷을 입혔고, '자개공예 미지컴퍼니'는 바다의 빛을 담았다.
'손,잡아줄게'는 세상을 바꾸려 했다. '쪽염색 국가무형유산 염색장'은 오래된 지혜를 이었다. '셀마기타'는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무형문화재 박경수 붓이야기박물관'은 하나뿐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넘버스148'과 '늘고우다'는 함께 걸었다. '글라소디'는 군중의 마음을 모았다.
이름마다 사연이 있었다. 이름마다 시간이 있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것들은 각자의 빛을 내고 있었다.
올해 대상 수상자인 아비엥또(왼쪽)와 김동환 백패커 대표(오른쪽)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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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스 운영사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가 말했다. "우리의 성공은 작가를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플랫폼은 불편한 존재일까요?" 역설적인 진실이라 했다. 작가는 아이디어스 없이도 성공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스는 작가가 성공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했다. 그래서 선택지가 없다 했다. 무조건 작가가 잘되게 해야 한다 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소수의 작가만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작가가 성공하는 것, 더 많은 고객들이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그것이 목표라 했다. 작년의 주제는 '소명의식'이었다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이야기를 했다. 나사의 청소부 이야기였다. 인류를 달에 보내는 것을 돕고 있다 했다는 청소부의 말처럼, 작가의 성공을 돕는 일을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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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들이 모였다. 일상에서는 한번도 마주친 적 없는 얼굴들이었다. 이상했다. 화면 속에서는 매일 만나던 사이였다. 서로의 일상을 알았고, 작품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았고, 기쁨과 고민을 나누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표정도 처음 보았다. 닉네임으로만 부르다가 이날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온라인에서는 매일 만나는 이웃이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처음 보는 타인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서로를 알지만 모르는, 모르지만 아는 관계. 그것이 이들의 방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행사장의 공기도 달라졌다.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졌다. 오래된 친구들의 모임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누군가는 실패담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처음 주문이 들어왔을 때의 떨림을 회상했다. 같은 길을 걸어온 이들만의 이해가 있었다. 공감이 있었다.
연회장 한쪽에서 가죽공예를 하는 전직 은행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많이 반대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가 만든 지갑을 처음 선물했을 때 아내가 울더라고요." 그때 알았다 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게 정말 이거였다는 걸.
서울의 밤하늘이 까맣다. 네온사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별들이 오늘따라 반짝였다. 어쩌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을 뿐, 늘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이날 모인 창작자들처럼. 그들은 우리 곁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별을 키워가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간다. 때로는 더디게, 때로는 순식간에. 2014년 가을밤의 작은 시작이 이제는 수많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손끝에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핸드메이드 어워드 2024 수상자들 / 사진=아이디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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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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