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첫 100시간 내 한국에 영향
리더십 부재로 한국의 외교 위상 추락 우려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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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미국 내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2일(현지시간) CSIS의 온라인 대담 ‘캐피털 케이블’에서 “(현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전날 CSIS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으며, 이들이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 안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많은 사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 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오래갈 수 있다. 여름이 지나도 계속될 수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면서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또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며 “이러한 조합은 거의 확실히 10% 이상의 한국에 대한 관세(부과)를 의미한다”면서 “한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전에 분명히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래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차 석좌는 역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외교·안보적 위상과 관련,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돼 왔는데 지도자가 없다면 (한국의 위상은)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내 두려움은 우리가 다시 그 위치로 돌아간다면 그들(역내 국가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 (역내를) 경제적·안보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전반적으로 한국이나 동맹 관계에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차 석좌는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 비판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나는 헌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건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역시 야당이 집권할 경우 한·미·일 협력이 어려워지고,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불안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취임 후 주한미군 배치와 비용 문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서울의 새 정부가 미국에 미온적이고 (트럼프 자신은)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주한미군 주둔의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 다시 빠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 재검토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서 정치적 마비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이 내부의 정치적 위기로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열세를 초래하고, 외교·통상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라미 김 교수는 WP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게 되면 그는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과 군 통수권을 가지며, 한국 외교의 대표”라며 “그러면 미국 정부는 누구와 대화해야 하느냐. 이는 동맹에 정말 해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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