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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농민과 농민이 아닌 사람이 모두 있었다. 반평생 트랙터를 몰아온, 그래서 트랙터를 몰고 서울까지 온 농민들과 트랙터를 평생 처음 보는 이들이 함께 있었다. 여성들이 있었다. 농민 여성들과 농민이 아닌 여성들이 있었다.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하는 게 가장 알맞겠다.
지난 16일 전라·경남에서부터 시작된 ‘세상을 바꾸는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대행진’의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21일 서울 남태령 고개에서 막혔다. 경찰은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차벽을 세우고 농민들을 에워쌌고, 시민들은 “함께해달라”는 요청을 듣고 밤늦게 남태령으로 왔다. 여의도, 광화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응원봉을 들고 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추위 속에서 서로를 밤 새워 지킨 사람들은 해 뜨는 걸 함께 봤다. ‘내란수괴 처벌하라’는 문구를 넣어 손수 뜬 담요를 몸에 둘렀다. 핫팩을 나누고,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시민들이 보내주는 음식을 먹으며 계속 외쳤다. “차 빼라.”
경찰은 농민들을 가로막은 지 32시간 뒤인 22일 오후 차벽을 열었다. 트랙터는 용산구 한남동 관저까지 행진했다. 그곳에도 기다리는 여성들이, 시민들이,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글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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