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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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 혐의 사건 등을 거론한 데 대해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에 먹칠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관련 상황에 주목했다”며 “한국 쪽 (윤 대통령)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쪽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 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먹칠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는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한국 내정”이라며 한 발 떨어진 태도를 취하고 있던 중국이 윤 대통령의 중국 언급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간첩죄 개정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거론했고, 중국인 관련 사건 2건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예를 들어,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며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최소 2년 이상 한국의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며 “이 사람은 중국에서 입국하자마자 곧장 국정원으로 가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해외에 있는 중국 공민에게 현지 법률·법규를 준수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왔고, 우리는 한국 쪽이 언급한 관련 사건이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음에 주목했다”며 “중국과 한국 관련 부문은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 쪽이 중국 공민이 연루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중국에 사건 처리 상황을 제때 통보하며, 사건에 연루된 중국 공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담화에서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냐”며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은 고사될 것이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며 또 한번 중국을 거론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국의 녹색 산업 발전은 세계 시장의 수요와 기술 혁신, 충분한 경쟁의 결과”라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중요한 공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치러진 대선 때도 종종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2021년 12월28일 “한국 국민, 특히 청년들은 대부분 중국을 싫어한다”고 했고, 이듬해 1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며 중국인을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같은 날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 줄 공약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반중 정서가 짙은 청년층을 의식해 일부러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친미반중’ 일변도 정책을 폈고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했다. 야당 쪽이 지난 4일 공개한 탄핵 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이)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해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란 사태로 이미 적잖은 영향을 받던 한·중간 외교 활동이 이번 윤 대통령 발언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 주중 한국대사로 취임할 예정이었던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대사 취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곧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었던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창’ 정재호 현 주중 대사의 귀국 일정 역시 늦춰지고 있다.
중국 정치인들의 한국 방문도 이번 내란 사태로 취소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산하 중·한 우호소조는 애초 12~15일 한국을 방한하기로 했지만 한국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 중·한 우호소조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며, 앞서 두 차례 이뤄진 한국 의원들의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추진됐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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