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 태우고 지중해 건너던 선박 침몰
기적적 구조…다른 탑승자들은 모두 숨진 듯
올해 지중해서만 이주민 2250명 사망·실종
시에라리온 이주민 소녀가 몸을 의지했던 타이어 튜브의 모습(왼쪽)과 구조선에 오른 소녀의 모습. 컴퍼스콜렉티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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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출신의 11세 소녀가 지중해에서 이주민들을 가득 태운 보트가 침몰한 뒤 차가운 바다에서 3일간 홀로 버티다 구조됐다.
11일 이주민을 지원하는 독일 비영리단체 컴퍼스콜렉티브에 따르면 이 단체가 운영하는 구조선은 이날 새벽 3시20분쯤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지중해에서 표류하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해 구조했다. 발견 당시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타이어 튜브 2개에 의지한 채 바다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선원들은 오전 6시쯤 람페두사의 구조대에 아이를 인계했다.
아이는 자신이 탔던 보트가 3일 전 북아프리카 튀니지 스팍스에서 출발해 45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중 폭풍에 휩쓸려 침몰했다고 증언했다. 배에 같이 탔던 다른 탑승자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된 아이 역시 마실 물도 음식도 없는 상태에서 사흘 동안 차가운 겨울바다를 떠다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다행히 아이는 저체온 상태임에도 의식이 있고 신체 반응도 좋다고 단체는 밝혔다. 구조선 선장은 “엔진 소리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정말 놀라운 우연이었다”며 “다른 생존자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높은 파도와 폭풍이 몰아치고 있어서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구조선은 이날 밤 엔진조차 없는 나무 보트에 53명이 탑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명조끼를 나눠준 뒤 이탈리아에 통보했다. 다른 작전에서는 64명을 직접 구조하기도 했다.
지중해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몰리면서 점차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한 해 동안 총 18만5623명의 이주민이 남유럽에 도착했으며, 그중 17만5000명 이상이 지중해를 건넜다. 지난 10년간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과 이주민은 2만명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만 지금까지 약 2250명이 지중해 루트에서 보트가 뒤집히는 사고 등으로 숨지거나 실종됐다.
컴퍼스콜렉티브는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이주민들은 지중해를 건너는 위험한 탈출 루트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익사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지 않으려면 유럽이 이들을 환영하고 망명 절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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