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12· 3 비상계엄사태를 두고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 전체회의 중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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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직 경찰청장을 긴급체포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1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하자 경찰 수사를 향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초강수’라는 분석과 함께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를 피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수단은 이날 새벽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적용 혐의는 내란이다. 경찰은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가 의심된다는 전제하에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영장 없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피의자가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망 우려가 있을 때도 긴급체포할 수 있다.
경찰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수행한 조 청장 등의 혐의가 내란죄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관련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긴급체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강수’냐, ‘고육지책’이냐…고민의 종착지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 수사’
경찰이 자신들의 손으로 조직 최고위 수뇌부를 겨눈 초강수를 둔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조직 수장이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경찰 스스로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해낼 수 있을 것이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그 중 하나다. 경찰은 지난 6일 휴대전화 임의제출, 9일 출국금지, 10일 긴급체포 등 조직 수장을 대상으로 한 유례 없이 신속한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2명이 우종수 특수단장(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찾아가 우려를 나타내자 우 단장은 “걱정하지 마라. 조 청장에게 (수사에 대해) 보고할 사항도 아니고 보고해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수사에 선제적으로 돌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한 이후 비상계엄의 손발 역할을 한 군·경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경찰은 국무회의 참석자, 대통령실 관계자, 국민의힘 인사를 겨눈 수사에 더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11명에게 소환 통보를 한 데 이어 11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도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날 특수단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나서서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경찰 조직 수장을 향하는 검찰의 강제수사를 피하기 위한 ‘차악’으로 긴급체포를 택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조 청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던 이날 자정 무렵,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청구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 등 경찰공무원의 범죄와 직접 관련된 범죄로서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영장 발부로 ‘검찰이 경찰을 수사할 수 있다’고 공인하면서 검찰 수사가 조 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향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왔다. 경찰 수장이 검찰에 체포되는 것만으로도 경찰 주도의 수사 동력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대통령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뿐 아니라 조 청장 등도 공모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의 평소 성격을 보면 경찰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긴급체포를 받아들였을 법하다”고 말했다.
특수단은 긴급체포된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검토 중이다. 긴급체포된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48시간 안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경찰청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 직무대리를, 최현석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이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맡는다고 밝혔다.
11일 새벽 3시 40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경찰 호송 차량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전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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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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