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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이시바 “피폭단체 노벨평화상 축하”하면서 ‘핵우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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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단체인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관계자들이 시상식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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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핵우산’ 속에 있는 일본 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가입을 거듭 촉구했다. 전세계 유일한 원폭 피해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온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반핵단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환영하면서도 ‘핵우산’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1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오랜 기간 핵무기 폐기와 피폭 피해의 실상을 알리고 이해를 증진시켜온 피단협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이끌어가는 것은 전세계 유일한 피폭국인 우리나라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야시 장관은 ‘피단협이 핵 억지론 탈피를 호소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을 비롯해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환경에 직면한 상황에 우리나라(일본)의 핵 억지력이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바탕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하루 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피단협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 “핵의 비참함을 호소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오랜 기간 핵 폐기를 위한 노력이 보답을 받은 것으로 앞으로도 계속 활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 역시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피단협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이날 이시바 총리는 핵무기금조약 당사국 총회 옵서버 참여에 대해서도 “(참여해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생각해보지 않고는 참여할 수도, 않을 수도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지난 2021년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 개발·실험·생산·보유 금지 뿐 아니라 조약 당사국 영토 내에 핵무기 주둔·설치·배치를 금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초의 다자조약이다. 특히 일본 내 피폭피해자단체인 피단협은 2016년 4월 ‘핵무기 금지·폐기를 요구하는 국제서명’ 운동을 전개해 1370만명의 서명을 유엔(UN)에 제출했고, 이듬해 7월7일 122개국의 동의로 유엔 총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이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다나카 데루미 피단협 대표위원은 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 대표연설에서 “우리는 각국 정부와 핵무기 보유국를 비롯한 모든 국가들에 핵무기의 조속한 폐기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해왔다”며 “핵무기 보유와 사용을 전제로 한 ‘핵 억지론’이 필요한 게 아니며, 핵무기는 단 한발도 가져선 안된다는 게 피폭 피해자들의 진정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핵무기 보유국과 그 동맹국 시민들 사이에 핵무기가 인류와 공존할 수 없고, 공존해서도 안된다는 신념이 확고히 뿌리 내려 각국 정부의 핵정책을 바꾸게 하는 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피단협은 노벨평화상 수상이 결정됐던 지난 10월에도 일본 내 다른 원폭피해자단체들과 함께 “현재 핵 보유국들은 핵무기 금지조약을 계속 무시하고, ‘유일한 피폭국’(일본)은 핵 억지론을 추종하고 있다”며 “이시바 일본 총리는 ‘핵 공유’까지 언급하며 비핵 3원칙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일본이 평화 외교력을 강화하고 핵무기 금지 조약에 참여해 핵 보유국들의 핵 폐기를 유도하는 구실을 하지 않으면 국제적 명예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시민단체가 핵무기 폐기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탄 데 환영 입장을 내면서, 한편으로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서는 애매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일본에선 10일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일본 도쿄 방위성에서 회담을 가진 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하야시 관방장관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안보에 필수적인 미국의 확장억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코 모순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피단협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외면하는 듯한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며 “야당과 전문가들들은 유일한 피폭국 정상으로서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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