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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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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2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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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은 12월6일 매우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날 아침 한동훈 대표가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와 내란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습니다. 의원들은 낮부터 한밤중까지 의원총회를 이어갔습니다.



민주당은 12월7일 오후 5시에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겠다고 예고해 놓은 상태입니다.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입니다. 200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8명 이상 국민의힘 의원들이 가세해야 가결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12월7일 오후 5시가 운명의 순간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할지 말지는 표결 직전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의견이 갈리면 원내 지도부가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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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하면 탄핵소추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12월4일 새벽 본회의장에 들어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을 포함해 상당수가 탄핵소추안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좀 복잡합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드러내야 합니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그리고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당하게 투표에 참여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국민의힘은 망합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우수수 낙선할 것입니다.



왜냐구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국회의원과 국회는 민심을 따라야 합니다. 최근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70%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국회가 민심과 어긋나는 결정을 하면 국민이 책임을 추궁합니다.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탄핵소추는 실패했습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은 4·15 17대 총선에서 121석으로 주저앉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5월14일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탄핵소추는 성공했습니다. 국민이 탄핵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당위론만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따져봐도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결국은 막을 수 없습니다. 12월7일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분노한 민심의 파도가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의원들을 덮칠 것입니다.



정기국회는 12월10일 끝납니다. 12월11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됩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다시 발의할 것입니다. 또 부결되면 그다음 임시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또다시 발의할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막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막지 못할 탄핵소추라면 일찌감치 찬성하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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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시민 5만명(주최측 추산)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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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한 뒤 치르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속한 보수 진영에도 승산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탄핵 뒤 치르는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선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물론 일리가 있습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소속했던 정당은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치른 2017년 5·9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03%를 득표해 참패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는 21.41%, 유승민 후보는 6.76%를 득표했습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득표율을 더하면 52.20%입니다. 당선된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41.08%였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패배가 꼭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문만이었을까요? ‘보수의 분열’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보다 ‘후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편입니다. 대선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정당을 새로 창당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정계개편을 통해 보수 진영의 새로운 대선 주자를 내세우면 이재명 대표와 얼마든지 승부를 겨뤄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이재명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새로운 대선 후보가 등장하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꽤 흡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셋째,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힘 의원, 당원, 지지자들이 걱정하는 대로 대한민국이 망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망국론’은 극우 유튜버들이 만든 허구의 소설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이재명 대표 개인이 집권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입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이라크 파병을 했던 민주당입니다.



‘이재명과 민주당’의 관계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관계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두 정당의 문화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1955년 창당한 민주당 구파의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 구파의 유력 정치인들은 신익희, 조병옥, 윤보선, 김영삼 등입니다. 민주당 구파는 의리를 중시했습니다. 보스에게 도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문화가 더해지면서 권위에 맹종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포악한 리더십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맞서지 못하는 것은 바로 민주당 구파 유전자와 군사문화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민주당 신파의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 신파의 유력 정치인들은 장면, 박순천, 정일형, 김대중 등입니다. 민주당 신파는 대의명분을 중시했습니다. 논쟁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리 같은 계파라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갈라섰습니다. 여기에 1990년 3당 합당 때 김영삼 총재를 따라가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과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유전자가 더해졌습니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풍토가 더욱더 강화됐습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의원이나 당원들은 과거부터 대통령과 맞서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의 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개성이 무척 강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당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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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2월6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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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돼도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통령 재직 기간에 재판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임기를 마치면 재판이 재개됩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임기 후 재개될 사법 리스크 때문에 통합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을 탄압하고 국민을 갈라치면 퇴임 이후 불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관계는 정말 특별합니다. 두 사람은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격돌했습니다.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그 이후 대한민국 정치판을 양분해서 지금까지 이끌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도 마치 지난 대선의 연장전 같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적대적 공생’이라는 표현으로는 좀 부족합니다. ‘운명의 단짝’이라고 해야 할까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을 각오를 하면 사는 법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은 머릿속에서 지우시기 바랍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말고는 그의 몫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막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붙들고 있으면 국민의힘도 그와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버려야 국민의힘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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