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귓속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면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장관은 밀어붙였고, 계엄사령관은 어리둥절했고, 차관은 말렸지만 결국 사달이 나버렸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의 밤'에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지하 벙커에 모였던 군 지휘부는 계엄사령관의 명령 없이 계엄군이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하는 상황을 막지 않았고, 테이저건이나 공포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군의 구체적인 작전을 자신이 지휘한 사실을 인정했다.
5일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계엄 발령에 따라 장관의 명령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반면 법에 따라 계엄군에 대한 지휘 권한을 갖는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군 병력 국회 투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령 선포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계엄사령관에 박 총장을, 부사령관에 정진팔 합참차장을 임명한다면서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된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에게 '전국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장관이 (대통령의) 위임을 받으셔야 하는데 위임받으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위임받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사실상 계엄군의 지휘체계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에 군이 진입할 당시 사복 차림의 국군방첩사령부 인원들이 같이 있었던 사실, 국회에 들어간 헬기에 방첩사 인원이 탑승했던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총장은 "몰랐다"고 답했다. 부 의원은 이어 "계엄군이 명령권을 가진 계엄사령관을 패싱하고 계엄사령관 임명도 전에 움직인 것"이라며 "이는 군형법상 반란"이라고 했다. 부 의원이 "군정권을 가진 육군총장으로서 군검찰에 수사 지시를 할 것인가"를 묻자 박 총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박 총장은 국회에 진입한 부대에서 공포탄과 테이저건 사용을 건의했지만 금지했다고 증언했다. 계엄 당시 특전사령관과의 통화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과 공포탄을 쏘아야겠다고 건의한 부대가 있었다"고 박 총장은 말했다.
이에 대한 조치를 묻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에게 박 총장은 "테이저건과 공포탄은 국민에게 위해가 될 수 있으니 (허가)할 수 없다고 금지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총장은 입법권을 침해하고 '전공의 처단' 같은 극단적 표현인 담긴 '계엄사 포고령 제1호'를 작성하는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포고령을) 읽어보고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장관에게 했는데, 장관이 이미 다 마쳤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포고령의) 작성 주체는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포고령에 '국회 등에 대한 정치 활동 금지'가 명시된 것을 두고 "국회는 군사상 제압이 필요한 기관이 아니고, 헌법상 국회는 계엄사령부의 영향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 상황하에서도 영장 없이 체포 등을 한 경우에 사후적으로 사법부의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포고령은 내용상으로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이야기다.
김 차관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표와 국회 진입 위법성에 대해 추후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주 의원은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은 내란죄 현행범인 만큼 군 수사기관에서 당장 체포하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면서 "10·26 때 군이 김재규를 체포해서 수사한 것과 같이 해야 한다"고 물었다. 이에 김 차관은 "계엄사령부 구성부터 계엄군 투입까지 일련의 진행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거기에 맞는 적법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또 경기 과천시에 있는 중앙선관위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6분 만에 계엄군이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계엄군이) 총 3시간20여 분 동안 점거했다"고 말했다. 군이 진입한 시간은 '3일 22시 30분'이라고 김 사무총장은 전했다. 선관위엔 국회보다 많은 297명의 계엄군이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에 간 이유에 대해 박 총장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고 SBS에 밝혔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전날 밝힌 사의를 재가하고 후임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국방위의 긴급 현안질의 일정 직전에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지만, 박 총장의 사의는 반려했다. 김 전 장관은 5일 검찰과 경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됐다.
[최희석 기자 /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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