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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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계엄 포고령이 내란죄 적용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전시 계엄 상황에서도 보장돼야 하는 헌법상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해석의 여지 없이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포고령을 발표한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이 야당의 내란죄 고발 1차 대상으로 거론된다.
3일 밤 11시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계엄 포고령 1호 1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체포·구금 및 처단한다’고 했다.
헌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이를 따라야 한다는 강제 조항을 두고 있다. 전쟁을 이유로 대통령이 시민 기본권을 박탈하는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선포 이유와 범위의 적정성을 논의하고, 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국회의 정치 활동을 헌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 신군부를 마지막으로 45년 만에 발동된 ‘윤석열 비상계엄’은 헌법을 무시한 포고령으로 국회 정치 활동을 곧바로 금지했다. 계엄사령부가 총기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 수백명을 계엄 해제 절차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 건물 안팎에 투입한 것은, 이 포고령에 따라 국회의장과 당 대표 등 정치인을 다수 체포·구금해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다행히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를 위한 국회 절차에 빠르게 착수하고, 현장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 역시 우왕좌왕하며 진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포고령 집행은 실패했다. 자칫 계엄군이 계엄 해제에 찬성한 여야 의원 190명을 전부 체포·구금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이번 계엄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을 특정해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1980년 5월17일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발표한 포고령 10호의 정치 활동 금지 조항(‘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며 정치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한다’)보다 헌법 유린의 폭력성이 훨씬 구체적이라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죄 고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개혁신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5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고발서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및 포고령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획책하고 이를 실행했다. 헌법에 따르더라도 비상계엄을 통해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국회를 점거하는 등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활동을 금지시키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이는 명백히 형법 제87조 내란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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