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뒤 출동했던 군병력이 철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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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그 이유로 ① 판사 겁박, 검사 탄핵 등 사법 업무 마비 ② 행안부 장관ㆍ방통위원장ㆍ감사원장 탄핵 등 행정부 마비 ③ 치안 예산 삭감으로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 야기 ④ 재해 대책 예비비 1조원 삭감 등 예산 폭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국정 마비 사태의 원인을 국회로 돌렸습니다.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선포문대로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가 북한 추종세력으로 사법 업무와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의도적으로 치안 예산을 삭감해 민생 치안 공황 상태를 만들었고, 이는 대한민국의 근간인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란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법률이 정한 계엄 요건에 부합하는지 전문을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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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비상계엄 요건 해당한다?
━■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선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래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래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 돌봄 지원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 1천억 원을 삭감하였습니다.
심지어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 계엄을 통해 만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개헌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만은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헌법 제77조와 계엄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①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② 적과 교전(交戰) 상태 ③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돼 있습니다.
고문현 숭실대 법대 교수 등이 낸 '계엄에 관한 연구'(2020년)와 김도협 대진대 교수가 낸 '계엄제도와 그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2010년)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할 사변에 있어서”, “적의 포위 공격으로 인하여”,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지역”에 선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교과서들과 논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헌법이나 계엄법에서 계엄 선포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전시'는 전쟁이 개시된 때부터 종료 때까지를 의미합니다.
또 '사변'에 대해선 국토를 참절(慘絶:국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차지해 주권을 뺏으려는 행위)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기 위한 무장 반란 집단의 폭동 행위를 말한다고 정리하고,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전시나 사변에 해당하지 않지만 무장 또는 비무장의 집단이나 군중에 의한 사회질서 교란 상태와 자연적 재난으로 인한 사회질서 교란 상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전쟁 또는 무장 반란 집단의 폭동 행위가 있는 때가 아닙니다.
대신 '국가비상사태'라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설명한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가 비무장 집단의 사회질서 교란 상태로 볼 수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판사를 겁박하고, 검사를 탄핵해 사법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법업무가 마비됐다고 볼 근거가 부족합니다.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이 이뤄졌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제동을 걸어 다시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판사들에 대한 겁박 역시 과거 다양한 판결들에서 판사들에게 불만을 나타낸 경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사들은 "판결 결과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양측이 비난하는 정도가 달랐을 뿐"이라며 "비난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과거 물리적인 위협이 가해진 때도 있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2012년 곽노현 전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던 곽 전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석방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 재판관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자택까지 찾아가 시위를 하고 창문에 달걀을 투척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직접 협박을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현직 판사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문제가 있다는 글들을 올려 비판하고 있습니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는 내부망에 "비상계엄으로 사법부 재판권의 상당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도 "윤석열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를 통해 한밤 중에 5000만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법원을 짓밟으려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검사들에 대해 무더기 탄핵을 했다거나 재판부를 비난하거나 판결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만으로 사회 전체가 교란상태에 빠졌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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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야당의 탄핵, 특검 요구, 예산 삭감이 내란 획책이다?
━현지시간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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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으로 행정부가 마비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과정으로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이미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방송 장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인 체제에서 방송사 이사진을 교체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역시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해선 탄핵 소추 의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탄핵으로 정부가 마비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인데 이들이 수장으로 있는 두 기관은 대행 체제를 통해 운영이 가능합니다.
또 방통위와 감사원이 상대적으로 다른 기관에 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탄핵으로 윤석열 정부와 국회의 갈등이 심해질 순 있어도 정부가 마비되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특히 탄핵소추는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의원의 합법적 권한 행사이며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견제 수단입니다.
국회법 제130조부터 제134조는 탄핵소추에 대한 절차를 자세히 정하고 있습니다.
본회의를 거쳐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으며(제130조)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제134조)고 명시했습니다.
특검법 역시 법에 따라 발의했고, 본회의 표결을 통과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특검법은 이태원 참사와 채 해병 사망 사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입니다.
윤 대통령 역시 합법적인 것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지금까지 특검법을 포함해 무려 25번의 법률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최다입니다.
예산 감액은 어떨까요.
헌법 제54조는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ㆍ확정한다”며 정부 제출 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국회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특검, 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을 운영하기에 힘들다고 말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회와 관계 설정에 실패한 탓이지 '내란 획책'이라고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회를 종북세력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어떤 규모로 북한을 추종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막연하게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국민에게 선출된 민의의 대변자 300명으로 구성된 기관입니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북한 추종세력이라고 평가하고 '일거에 척결'할 대상으로 보는 건 대한민국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박지은 이채리〉
오이석 기자,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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