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통과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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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넘으면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지난 3일 밤 10시 정각 국회 정문 앞, 경찰이 두 줄로 늘어서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국회로 달려온 보좌진과 의원, 취재진은 출입구를 통제한 경찰에게 “출입증이 있는데 내 직장을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냐”며 소리를 질렀다. 한 보좌진이 국회 출입문 너머에서 “담을 넘으면 국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외쳤다. 보좌진과 취재진은 물론 의원들까지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뛰어가 담을 넘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대화방에 계엄선포 사실이 공지된 것은 10시27분이라고 한다. 3분 동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가 공유되더니, “국회로 모여야 한다”는 누군가의 첫 제안이 떴다. 여기저기서 “국회로 갑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왔고, “원내지도부가 지침을 빨리 내려달라”는 요청이 뒤따랐다. 그때가 10시34분이었다고 한다. “원내지도부를 보호해야 한다” “보좌진을 국회로 모으자”는 메시지가 이어서 올라왔다.
10시39분. 강유정 원내대변인이 본회의장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를 올렸다. 내비게이션 검색 뒤 “지금 출발하면 1시간30분 걸립니다. 바로 출발합니다”라는 문자도 올라왔다. “지금부터 시간 싸움이다”라는 비장한 답글이 뒤를 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잡히지 않게 모두 조심하세요”라는 당부 문자를 올렸다.
11시. 박찬대 원내대표가 담을 넘어 국회 경내 진입에 성공했다. ‘월담 정보’가 순식간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넘기에는 어느 담이 좋은가?” “2문과 3문 사이에 경찰병력 경계가 허술하다”와 같은 메시지가 올라왔다. 11시6분 우원식 의장이 월담에 성공해 경내로 무사히 들어왔다는 알림글이 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만 해도 페이스북 같은 개인 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리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곧바로 문자로 “SNS는 안 된다”는 공지가 돌았다. 계엄당국이 의원들 개인 소셜미디어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긴박했던 월담 거사들의 무용담은 다음날까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재명 대표가 국회 담장을 넘는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240만회를 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 개인 유튜브 채널도 시청자가 60만명을 돌파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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