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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여야 헌법 준수·정쟁 멈춰야” 계엄 책임 국회로 돌린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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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장우 대전시장이 4일 열린 대전시 긴급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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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권력도 절대 남용 안 되고, 여야도 헌법 준수하고 정쟁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아니다. 계엄이 해제된 아침 대전시장이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지난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지역의 시민도 불안과 공포의 밤을 보낸 가운데 대전시장이 계엄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은 피한 채 ‘정치권과 국회도 문제’라는 식의 담화문을 내놓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위협’, ‘정쟁 중단’ 등이 들어간 시장의 담화문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명분과 닮아있어 대전시민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오전 9시40분께 기자들에게 메일로 ‘계엄령 선포·해제와 관련한 대전시장 담화문’을 배포했다. 이는 지난 3일 밤 10시25분 계엄이 선포된 뒤 약 11시간만, 해제 뒤 약 5시간 만에 처음으로 나온 대전시와 대전시장의 반응과 입장이었다.



담화문에서 이장우 시장은 “지난밤 비상계엄령 선포로 대전시민 여러분의 불안과 걱정이 컸을 것이다. 오늘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되고,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수용됨에 따라 계엄은 해제됐다”며 “시민 여러분은 걱정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업에 종사해달라. 대전시 공직자는 시민 불편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에 전념하고, 저 또한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시장은 계엄 상황에 대한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국정 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수십년간 성숙해 온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행정 권력도, 입법 권력도 절대로 남용되어서는 안 되고 제한적으로 절제되어 사용되어야 한다”며 행정부와 국회를 싸잡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정치권도 헌법을 준수하며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을 위해 민생을 챙기는 데 전력해 주길 촉구한다”고 ‘개선 촉구의 대상’을 여야 정치권으로 규정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시장의 이런 발언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명분과 닮았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국정 방해로 국정이 마비됐고, 이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며 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의 요구로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하면서도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달라”며 상황의 책임을 정치권과 국회로 돌렸다.



이런 대전시장의 태도는 국민의힘 소속 다른 광역자치단체장과도 크게 엇갈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엄 선포 2시간 만인 4일 새벽 0시20분께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되어야 한다. 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며 불안한 시민들을 달랬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날 새벽 1시10분께 “대한민국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이다. 우리 국민이 지켜온 민주주의에 결코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비상계엄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되며 국민의 삶에 어떤 불안과 불편을 초래해서도 안 된다”며 부산시는 계엄군이 아닌 시민에 편에 설 것을 밝혔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역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직후인 이날 새벽 2시44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만큼 헌법 절차에 준수해 사회질서 유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취해달라”며 지방정부 수장과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에 대한 대전시장의 생각과 입장 표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전시와 시장이 계엄군 편에 설지, 시민 편에 설지 여전히 헷갈리기 때문이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밤 여러 지자체가 비상계엄 자체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계엄군이 아닌 시민들 편에 설 것을 명확히 밝힌 반면, 이장우 대전시장은 뒤늦게 아침에서야 그나마도 양비론으로 입법 권력을 비판하는 대통령의 계엄 명분을 인용하는듯한 담화문을 냈다”며 “이는 시민들의 혼란을 더 가중하는 것으로, 지역 시민사회는 대전시장의 이런 태도와 행동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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