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국회에 의해 해제된 4일 새벽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채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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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약 2시간 33분 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이 해제되자 분노한 시민들은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앞에 운집한 시민들의 “계엄을 해제하라”는 구호는 이내 “윤석열을 체포하라”로 뒤바뀌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시민들은 “탄핵 사유다” “윤석열을 몰아내자”며 더욱 소리를 높였다. 즉석에서 발언대가 마련되고 그곳에 선 한 시민은 “우리는 독재의 그늘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다짐했고, 22학번 대학생이라고 밝힌 청년은 “8년 전 광화문 집회 그때 함께한 선후배 친구들이 이 자리에 나와 있다. 함께하자”고 외쳤다. 경기도 안산에서 택시비 5만원을 내고 달려왔다는 시민은 애국가를 불렀다.
이에 앞서 시민들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앞에서 “계엄해제 독재 타도!”를 외쳤다. 시민들은 국회 정문을 막은 경찰에 항의하며 담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갔고, 도심을 낮게 나는 헬기 소리에 비명을 질렀다. 국회에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국회 앞에는 시민들이 4일 자정을 넘기며 크게 수를 불렸다. 현장 경찰은 이날 0시20분 기준 “1천명 이상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검은 복장 차림의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려고 하자 그들을 가로막고 나섰다. 몇몇 계엄군은 시민을 뚫고 국회에 진입했지만 일부는 시민들의 반발에 우회하며 후퇴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전국의 시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부터 야간 통행금지하고 촛불집회는 군인이 진압하는 거냐”며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아무개(27)씨는 “쌍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내 또래 중에 계엄이라는 말을 실제로 들어본 사람도 없을 텐데 갑자기 비상계엄령을 내린다는 게 진짜 우습지도 않다”고 말했다.
20대 여성도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가 2024년에도 통한다고 생각한다는 것부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30대 여성은 “탄핵을 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저러는 건지, 천공이 시킨 것인지, 제정신인지 궁금하다”며 “미쳤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아무개(30)씨는 “비상 계엄령이 장난이냐, 지금이 1980년대인지 2024년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도 되는 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서아무개(28)씨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지지받을 수 없다”며 “독재정권에서 시행하던 국민을 억압하기 위한 계엄령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여서 두렵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접한 광주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식을 전파하며 깜짝 놀랐다며 5·18민주광장으로 모이자고 호소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비상계엄은 광주시민들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누가 반국가 세력이라는 것이냐”며 “당장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분노했다. 김승원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는 “화가 나서 몸이 떨린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며 “서민들은 더욱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전두환보다 더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계엄 선포는 헌정 질서 파괴와 권력 남용이고, 시민사회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히려 국민을 억압하는 도구로 남용하려는 이번 사태는 명백히 반헌법적이며, 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이 명시한 사유와 완전히 동떨어진 이유로 긴급 선포한 이번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며, 이런 행위는 오히려 헌법에 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군사 쿠데타의 길을 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대구본부도 “사법부와 행정부를 마비시킨 것은 누구인가. 인사 참사로 국가 운영을 엉망으로 만들고 세기 힘들 정도로 거부권을 행사해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사회를 교란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다. 윤석열은 명분 없는 비상계엄 철회하고 책임지고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이지혜 김채운 김용희 임석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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