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헌정사상 첫 정부 예산안 감액 의결로
국회 상대로 국비 늘리려던 지자체 기회 잃어
지자체 “주요 사업 지체 또는 멈춰 설 위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정치 하나” 비난도
국회 상대로 국비 늘리려던 지자체 기회 잃어
지자체 “주요 사업 지체 또는 멈춰 설 위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정치 하나” 비난도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가 지난달 20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나 2025년 경기도 주요 사업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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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의 예산 폭주로 국비 증액을 통해 지역 현안 사업을 힘있게 끌고 가려던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정부 예산안 중 지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안을 의결하면서 지자체의 국비 증액 요구안은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국회의장 직권으로 야당이 의결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은 오는 10일까지 미뤄졌지만 “지방을 살리겠다”던 여야가 극한 정쟁 속에 지자체를 희생양 삼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일 국회와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국회 예결위는 지난달 29일 673조3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기존 정부안 677조4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애초 4조8000억원이었던 정부 예비비는 2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은 5000억원 감액됐다.
또한 검찰·감사원·경찰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678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원 전액이 삭감됐다. 정부안에서 감액 심사만 반영된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 예결위에서 감액 의결되면서 지자체가 정부에 요구해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 국비 지원 사업 외에 별도로 국회에 요청했던 국비 증액 요구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인천시는 인천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원을 지원하는 인천형 출생정책(1억+i dream)을 국가정책으로 전환해 저출생 위기와 지방재정 부담을 해소하자며 국비 505억원 신설 등 11개 사업에 2166억원의 추가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경기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15개 사업 4183억 원 외에 2972억의 추가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0일 박정 국회 예결위원장까지 찾아가 “정부가 건전재정이란 미명하에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지역화폐·세월호 추모시설,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서민을 위한 예산 등 15개 사업에 대한 국비 증액을 건의했다.
광주시는 국비전략팀을 꾸려 서울에서 한 달 넘게 상주하며 미래 전략 산업 등 50여건의 국비 증액을 추진했고, 전남도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출연금 87억원 증액 등 50여개 사업에 3000억원 증액을 목표로 160여건의 서면질의서를 국회에 냈다.
강원도는 폐광 등 3개 분야 10개 사업에 대한 754억 원의 증액 작업이 수포가 되었다.
지자체가 국회를 통한 국비 증액 사업에 공을 들이는 건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이 심화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에 지원하는 교부세도 감소해 주요 사업에 필요한 실탄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시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올해 보다 972억 원 준 14조9천억원을 편성했다. 10년 만의 첫 마이너스 편성이다.
올해 대비 증액 편성안을 마련한 지자체도 국비 보조금인 이전 수입 증가, 지방채 발행 등에 기댄 경우가 적지 않아 건전 재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본예산(36조1210억 원) 대비 7.2%(2조5871억 원) 많은 38조7081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으로 편성한 경기도도 2006년 이후 19년 만에 4962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내년도 국비 증액을 위해 국회 설득 작업을 해 오던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예비비 등 다른 재원이 소모된 데다 세수 감소, 보통 교부세 감액까지 겹치면서 주요 현안 사업이 지체 또는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면서 “이제라도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기능을 정상화해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여야는 입만 열면 ‘지방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말뿐이라는 것이 이번 예산 심사에서도 드러났다”면서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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