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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설] 韓 증시 추락 근본 원인은 中에 다 추월당한 韓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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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주가 지수가 7월 이후 5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을 이어갔다. 국내 증시 최장 하락 기록은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세워진 6개월 연속이다. 그때는 세계 증시와 동반 하락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 증시는 호황인데, 유독 한국 증시만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세계 최저의 주주 환원율, 지지부진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 원인은 기업 경쟁력 저하와 그로 인한 경제 성장률 둔화에 있다.

최근 3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16조원어치 투매한 것도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뒤처지고, 전통 메모리 시장에선 중국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협은 이제 산업 전 분야에서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중국 8대 주력 산업의 최근 10년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보면, 석유화학을 제외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무선통신기기·선박·자동차·철강 등의 7개 부문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철강·석유화학은 중국산 저가 공세 탓에 생존 위기에 내몰렸고, 한때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던 자동차·휴대폰은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현재 중국 대비 기술 우위를 지니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선박 정도다.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급성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 자율주행·전기차 경쟁력을 생각하면 이 분야도 언제 덜미를 잡힐지 모른다. 중국 첨단 기업들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는 2023년 기준 2050억달러로, 한국의 4배에 달한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논문 인용 빈도에선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중국에선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박사 인력이 매년 8만명 이상 배출된다. 삼성전자를 누르고 폴더블 스마트폰 세계 1위로 등극한 중국 화웨이는 연구개발 인력이 11만명에 달한다. 인구 15억명 중 가장 우수한 두뇌들이 과학기술, 공학을 공부하고, 이들이 주 52시간 제약 없이 불철주야 최첨단 제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우수 두뇌가 의대에 가는 나라가 어떻게 상대가 되겠나.

한국 경제는 정권 5년마다 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지며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교육·노동 개혁을 통해 창의적 인재들이 성과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고, 후진적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뿐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강화돼 시간을 벌어 줄 트럼프 2기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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