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헌정사상 첫 ‘감액안 예결위 단독 처리’
“정부 수정안 내면 이후에 협의하면 된다”
與 “사고 쳐놓고…사과·철회 없인 무의미”
상속세 완화·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좌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야당 단독감액안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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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77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헌정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감액 절벽’에 내몰렸다. 다수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4조 이상’ 삭감된 감액안을 처리한 뒤 본회의 상정을 압박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와 철회가 없으면 그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다”라며 ‘강 대 강’ 맞수를 놓으면서다. 야당이 전액 삭감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 뿐만 아니라 의료개혁 예산인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등 육성지원’ 예산, 재해대책 예비비 등 민생 예산도 감액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감액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도 예산안으로 최종 확정된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여야를 향해 “나라 살림까지 정쟁의 도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예결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1월 29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는 예산안등조정소위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감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야당의 감액안 단독 처리는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2024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던 지난해 말에도 단독 처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여야가 서로 원하는 예산을 주고받으며 합의점을 찾는 관행상 민주당이 ‘이재명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과 재생에너지, 고교무상교육 등의 증액을 요구하며 예년과 같은 증감액 협상을 이어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빗겨간 것이다. 이는 ‘정부 예산안 자동 부의(12월 1일)’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극단적 전략으로 해석됐다.
감액안은 4조원 이상 삭감된 673조원 규모다. 정부가 4조8000억원을 편성한 예비비에서만 2조4000억원이 삭감됐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와 검찰·감사원의 특정업무경비,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의료개혁 예산인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등 육성지원’ 예산 등에서 전액 또는 대규모 삭감이 이뤄졌다. 내년 경북 경주 개최가 확정된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예산까지 발목이 잡혔다.
민주당은 주말인 1일 감액안의 본회의 상정을 압박하면서도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이재명 대표)”,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있다면 추가적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박찬대 원내대표)”고 여지를 열어놨다. 동시에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정말 필요한 부분은 얼마든지 국회와 협의를 통해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국민들 상대로 인질극하자는 것(한동훈 대표)”, “사고는 누가 쳤는데, 누구보고 수습하면서 뭘 내라고 하느냐(추경호 원내대표)”는 반응이 돌아왔다.
야당의 감액안이 본회의에 오를지, 오르더라도 통과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례 없는 야당 단독 감액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건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도 전례 없는 (정치적) 부담”이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중재를 위해 앞서 여야 원내대표 만찬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취지로 거부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날치기’ 예산 횡포로 인해 민생·치안·외교·재해 대응에 문제가 발생될 경우 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는 인식 속에 최대한 국민의 입장에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며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여론에만 기대는 전략 없는 여당의 모습도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내리고,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정부안의 국회 처리 또한 무산될 전망이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핵심 대책인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도 좌초될 수순에 놓였다.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해당 세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 등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정부안에 대해서는 “지금은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며 수용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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