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웰다잉협회 입관 체험 참관기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참가자들이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가는 입관 체험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어떻게 하면 잘 죽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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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그런데 죽음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검은 리본이 달린 자신의 영정사진을 보며 가족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관 속에 들어간다. 관 속에 들어가면 기분은 어떨까?
지난 30일 오후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 중앙본부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연명의료 상담사 교육과정의 하나로 ‘감성훈련’과 ‘생전이별식’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40여명의 교육생들은 40대부터 70대 까지 다양했다. 점심을 함께 먹고 조별로 모여서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강사들의 지시에 따라 협회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어두운 강당 안은 살짝 냉기가 돌았다. 강당 정면은 하얀 국화로 빈소처럼 꾸며져 있었고, 바닥엔 50여 개의 나무로 짠 관과 작은 책상이 놓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들어갈 관 옆에 서서 수의를 입었다. 행사 관계자는 수의는 실제처럼 삼베로 만들었지만 테두리를 노란 천으로 덧대고 입기 수월한 모양으로 바꿨다고 했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참가자들이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가기전 수의를 입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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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놓인 파일을 펼치자 참가자들의 영정사진이 있었다. 검은 리본 밑에 장식된 자신의 모습을 보자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후 죽음을 하루 앞두었다는 가정하에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편지 쓰는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참가자들이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어떻게 하면 잘 죽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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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는 동안누군가는 눈물을 닦아가면서 쓰기도 하고, 고개를 파묻고 펑펑 우는 참가자도 보였다. 2019년에 웰다잉 교육을 듣고 현재는 웰다잉 강사로 일하는 한선영 (54) 씨는 “마지막 편지 쓰는 시간이 가장 놀라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라며 “내가 잘못하고 사람들에게 미안했던 일들만 떠올라서 눈물 흘리게 된다”고 했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한 참가자가 지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쓰다 말고 울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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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기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안대를 쓰고 관에 들어갔다. 안대를 해서 스스로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강사들이 손을 잡아 눕게 했고, 관 뚜껑을 덮은 후엔 실제로 못질을 하는 것처럼 망치로 뚜껑을 톡톡톡 두드리기까지 했다. 폐쇄공포증이 심한 두 명은 관 속에 들어가 누웠지만 뚜껑을 열어 두었고, 관에 들어가지 않고 안대만 한 채 앉아 있는 교육생도 보였다. 잠시 후 강사들이 관 앞에서 참가자들이 썼던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참가자들이 관 속에 들어가 있는 5분 동안 실내에는 장송곡이 틀어졌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교육 참가자들이 지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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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실내가 다시 밝아지며 강사들은 관 뚜껑을 모두 열었다. 안대를 벗은 참가자들에게 사회자가 마지막 편지를 쓰고, 관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어떤 지를 물었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예상보다 관 속이 “아늑하고 편했다”면서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뚜껑에 못질 하듯 두드리는 망치 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닌가 싶었다”는 한 참가자는 자신이 죽으면 남편과 아직 결혼하지 못한 딸이 걱정이라고 했다. 2년 전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했다는 한 참가자도 입관 체험을 통해 “다시 주어진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열린 입관체험에서 한 강사가 관 속에 들어가기 전 한 참가자의 눈을 안대로 가려주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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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참가자도 싱글이다 보니 죽을 때 누가 내 옆에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며 “좋아했던 옷이나 가방, 구두는 못 갖고 갈 만큼 관이 좁았다. 이제 그런 것들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관 속이 편했다가 뚜껑을 다시 열었을 때 코끝에 닿은 차가운 공기가 ‘다시 살아야 겠다’는 정신이 들 만큼 신선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열린 입관체험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이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가 눕고 있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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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웰다잉협회는 지난 2011년부터 ‘잘 죽는 것(Well Dying)’을 알고 준비하자는 취지로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을 마친 사람들은 경로당이나 노인센터, 병원 등에서 연명의료 상담사로 일한다. 그동안 2000명이 넘는 교육생들이 거쳐갔다. 교육생들은 60대가 가장 많은 데 스스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퇴직 후 봉사나 의미있는 일을 찾기 때문이라고 했다.
협회를 조직한 최영숙 회장은 젊은 시절 간호사로 일하며 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두 부류의 사람을 보았다고 했다. 병원에서 죽음을 선고 받았을 때 끝까지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본인과 가족까지 고생하면서 돈만 쓰고 죽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담담히 죽음을 맞는 사람들도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저런 마음을 가질까가 최 회장은 오랫동안 궁금했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한 강사가 입관체험 참가자들이 쓴 마지막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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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죽음을 여행에 비유했다. 누군가에게 어떤 일이 생겨서 갑자기 어디로 가야한다면 우리는 기차나 고속버스, 혹은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갈 것을 안다. 이것은 어딘가를 가본 경험 때문이다. 가보지 않거나 준비 없는 사람들은 걱정만 하다 남은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고 했다. ‘죽어도 눈을 못 감는다’는 말은 헤어지는 연습을 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죽음도 준비해야 한다. 그는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죽음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잘 죽는 것인지 준비하면 죽음 앞에 주저함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잘 죽기 위해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 대한웰다잉협회에서 한 참가자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지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다. /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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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준비하는 엔딩플래너를 준비하는 이해진 (46) 씨는 관 속에 들어가는 것이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뚜껑이 열리면서 다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상담사 자격증이 아니라 노인 우울증에 걸려 이곳을 찾았다는 김세진(69) 씨는 관 속에 들어가서 고등학교 때 부모님한테 혼난 일, 가족한테 미안한 일 등 살면서 잘못했던 일들만 떠올랐다며 “영정 사진을 보니 내 얼굴이 아버지를 많이 닮은 걸 처음 알았다”고도 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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