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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연루’ 조한창 전 부장판사 대법관에 이어 헌법 재판관 거론,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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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한창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제공


조한창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18기)가 여당 추천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사법농단에 연루됐던 그의 이력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인물을 헌법재판관에 앉히는 건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권한을 가진 여야는 28일 각자 추천할 후보자를 추려 최종 검토를 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인물은 국민의힘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조 전 부장판사다. 그는 2015년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일할 때 행정법원이 심리 중이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요구 사항을 담당 재판장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조한창 전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법농단 사건은?


조 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했다고 알려진 사건은 통합진보당 사건, 서기호 전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취소소송이다.

통합진보당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된 의원들이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이었다. 의원직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판결해야 법원 위상이 높아진다는 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였다. 조 전 부장판사는 이규진 전 위원으로부터 ‘각하는 부적절’이라고 적힌 법원행정처 문건을 받아 담당 재판장 판사에게 전달했다.

서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후 재임용이 거부되자 취소소송을 낸 사건 재판에도 개입했다. 임종헌 전 차장은 조 전 부장판사에게 전화해 서 전 의원 소송 진행 상황을 챙겼다. 조 전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재판기일을 미룰 이유가 없으므로 ‘즉시 기일을 지정하고 소송을 신속하게 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여러차례 받았다. 조 전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요구사항을 담당 재판장에게 전달했다.

조 전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전달한 문건에 등장한 ‘각하는 부적절’이라는 표현은 ‘각하 등’이었다면서 개입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서 전 의원 사건에 대해선 “추정 사유가 없어졌으니까 사건을 묻어두지 말고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며 “‘빨리’ 진행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해명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장과 함께 근무평정 권한 등 일선 재판장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영향력을 이용한 재판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선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조 전 부장판사는 202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직했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대법관·헌법재판관 거론 “사법 독립 훼손 우려”


조 전 부장판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법관 후보에 세 차례 이름을 올렸다. 대법관 임명제청으로 이어지진 않았는데 이번엔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그가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사법 독립, 법관 독립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판사 출신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전 부장판사에 대해 “사법농단 당시 그의 행동은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동이었다”며 “반헌법적인 인물을 헌법재판기관의 재판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변호사 역시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과정에서 재판 개입 문건은 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 법원의 권한이 우위에 있음을 전제로 해 작성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대한 그의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2011년9월~2017년 9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헌재 내부 사건 정보·동향 수집을 지시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담당 재판부에 대한 특정 법리 전달 등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됐다. 임 전 차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 대해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⑮]“공소장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단어 뉘앙스 따져묻는 그들
https://www.khan.co.kr/article/201911140600035



☞ 사법농단 시국회의 “임성근·신광렬·조한창 등 판사 10명 탄핵하라”
https://www.khan.co.kr/article/201901311147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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