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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밀착카메라] '나를 따르라' 신부님부터 '사상검증'까지…대통령 관저 앞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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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설이 내린 지난 주말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으로 모였습니다. 한 종교인의 배려에 시민들이 감동했고, 때로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두운 밤, 환하게 불 켜진 응원봉을 든 한 천주교 신부 뒤를 집회 참가 시민들이 줄지어 따라 갑니다.

지난 주말 화제가 된 사진입니다.

이 사진 속 현장 집회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성당인데요. 이 사진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유, 바로 지난 토요일 밤에 화장실을 찾지 못한 시민들을 직접 이 성당의 신부가 이끌고 성당 안에 화장실로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 찍은 당사자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사진 찍은 시민 : (신부님이) '따라오시라'라고 하면서 한 번도 아니고 되게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이 화장실 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사람들이 여기서 고생하니까 열어주신 거잖아요. 이게 종교의 순기능이고 진짜 모습이 아닐까…]

사진 속 주인공 대신 동료 신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우식/꼰벤뚜알프란체스코수도원 신부 : {사진 속 신부님을 지금 만나 뵐 수 없는 건가요?} 네. 너무 이틀 밤을 새우셔서 지금 주무신다고 들어가셨는데요.]

다른 곳도 아니고 수도원인데, 화장실 개방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명쾌한 답이 돌아옵니다.

[최우식/꼰벤뚜알프란체스코수도원 신부 : 화장실은 가야 하니까요. 당연한 거죠.]

공간을 기꺼이 내준 곳은 또 있었습니다.

집회 현장 바로 옆에 있는 건물입니다. 평소에는 공연장으로 쓰이는 건물인데 오늘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서 이렇게 시민에게 개방됐습니다. 이렇게 화장실을 질서 있게 기다리는 시민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예술작품이 많이 설치된 곳인데도, 추위 속 시민들을 먼저 배려한 겁니다.

[공연장 관계자 : {사실 막으면 또 막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렇죠. 문 잠가버리면 돼요. 그래도 그건 아니다. 우리가 나름대로 개방해놓고 이렇게 정말 경험해 보니까 상식이 있는 분들이에요.]

10차선 도로 위 육교입니다. 이곳에서는 양쪽 집회를 모두 조망할 수가 있고 그리고 눈으로 직접 대통령 관저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과 취재진 그리고 유튜버들도 이렇게 몰리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지지 집회도 둘러봤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입니다.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촬영을 하려면 정치 성향을 증명하라'고 요구합니다.

[탄핵 반대 집회 관계자 : 오해 사지 않게끔 혹시라도 자기 증명을 해달라고 하면 해줘야 해. 나한테만 확인해주면 돼. 핸드폰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나한테 보여 줄 수 있어? 한 번만 보여줘.]

일부러 상대방을 자극하려는 듯한 모습도 종종 목격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지금 반대편으로 좀 비춰 주시죠.

이렇게 태극기를 든 윤석열 대통령 지지하는 시민도 무언가 시비를 거는 듯 서 있는데 일부 시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가까이 오시죠.

다시 탄핵 반대 집회현장으로 돌아가는 이 남성을 쫓아가봤습니다.

[김현진/태극기 든 남성 : {선생님, 저 JTBC 취재진인데요.}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잖아요. 제가 욕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태극기만 흔들었어요. 그게 시비 거는 건가요? 우리나라에서 태극기 흔드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지 보러 가신 건가요?} 아니요. 태극기 흔들러 갔어요. {(방송에) 얼굴 나가도 괜찮으세요?} 예. 나가도 괜찮고요. 공정 보도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날 저녁, 최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 논란이 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이례적인 영상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선 수시로 이 영상이 나왔습니다.

[박종준/대통령 경호처장 : 대통령 경호 책임자로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덧 주말이 다 지나고, 월요일 새벽이 됐습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탄핵 촉구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박지은/전북 전주시 : 힘든데 또 이렇게 오늘 처음 봤는데도 친구 같고, 언니 같고, 오빠 같고 그런 분들이 많아서 다행히…나중에 훗날 '엄마는 이렇게 여기서 시위를 하고 집회를 하고 너희들에게 좋은 세상 물려주기 위해 왔다' 이걸 보여주고 싶어요.]

주말을 지나 다시 월요일 새벽 6시입니다.

눈이 펑펑 내렸던 지난 토요일부터 땅이 아직까지 젖어 있는 월요일 아침까지 시민들이 이 작은 은박 담요를 덮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 상식대로 일이 처리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빼앗긴 일상은 언제쯤 돌아올까요?

[화면출처 엑스 'muriyanan']

[작가 유승민 / VJ 장준석 / 영상편집 이지혜 /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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