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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스타트업이 로봇을 수출한다고?…물류·방산 넘보는 뉴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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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클럽]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인터뷰 ①

"로봇배달 지역 확장 추진…인간 대체할 로봇지능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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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뉴빌리티 대표가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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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형준 김진환 기자 = 인천 송도 거리 한복판에 네 바퀴를 달고 동그란 눈을 한 로봇이 등장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돌아본다. 강아지보다는 크고, 카트(수레)보다는 작은 귀여운 형태의 이 로봇은 '방금 튀긴 치킨 배달가요'라는 스티커를 옆면에 부착하고 혼자 열심히 운행을 한다. 주택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 로봇의 뚜껑(?)이 열리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따뜻하게 보온된 채로 포장돼 있다. 송도에서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로봇 음식배달' 풍경이다.

로봇을 만든 기업은 젊은 창업가 이상민 대표가 이끄는 뉴빌리티다. 배달에 나서고 있는 로봇 '뉴비'는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대만 컴퓨텍스2024 기조연설에서 극찬한 모델이기도 하다.

초기 자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뉴빌리티는 오로지 기술력과 혁신성으로 창업 7년여 만에 국내 최초로 '로봇배달 시대'를 연 기업이 됐다. 이제 뉴빌리티는 배달을 넘어 물류, 방위산업으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귀여운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시험 운행을 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뉴빌리티 본사에서 '뉴비'의 아버지 이상민 대표를 <뉴스1>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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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뉴빌리티 대표가 회사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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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취업 꿈꾸던 대학생, '로봇배달 시대' 열었다

2017년 뉴빌리티를 설립한 이 대표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창업했다. 그는 "197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 창고에서 창업한 기업과도 같았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한 이 대표의 원래 꿈은 나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인공위성과 중장비에 대한 공부를 하던 이 대표는 대학 시절 만난 4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나이, 혁신에 대한 희망과 열정, 기술 자신감만으로 기업을 일구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당시 머신러닝이라고 했던 인공지능은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정작 어려운 것은 재무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지출결의나 채용공고는 어떻게 하는 건지 기업의 경영 자체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고 사업 초기를 회상했다.

뉴빌리티가 로봇 사업에서 비전을 본 것은 2018년 무렵이었다. 공동창업자들이 자신 있던 분야인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율주행 로봇, 특히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당시 눈에 들어왔던 것이 드론과 로봇이었다. 하지만 드론은 중국 기업이 점차 커지고 있던 시기였다"며 "로봇 산업도 커지는 시기였는데 기업들은 하드웨어에만 집중했다. '왜 이것을 혁신하지 않지?'라는 생각으로 로봇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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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빌리티 로봇 '뉴비'가 요기요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요기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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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창의투자재단을 통해 초기 투자금 5000만 원으로 창업을 한 지 3년 만인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팁스'기업으로 선정되며 자금 지원을 받았다. 팁스 기업 선정에 앞서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4억 원의 프리A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2022년 진행한 시리즈A 투자에서는 230억원을 유치하면서 현재까지 뉴빌리티의 누적 투자금은 공개된 것만 275억원 이상이다.

창업 7년만에 뉴빌리티는 '로봇배달 시대'를 연 기업이 됐다. 뉴빌리티는 지난 8월부터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함께 인천 송도에서 실증이 아닌 본격적인 로봇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빌리티의 로봇 '뉴비'는 주문 고객들의 음식을 싣고 최장 40분 내로 목적지까지 도로를 누비고 있다. '재밌는 것을 해보자'며 사업을 시작한 대학생들이 국내 최초의 도심 로봇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는 "로봇배달도 사람이 하는 배달과 마찬가지로 주문이 찍히고 배달지 이동까지 40분 이내에 마쳐야 한다"며 "최근 한 달간 준수율은 98%, 최근 2~3주간은 100%의 준수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술은 어느 정도 올라 온 상태"라며 "이제 소비자들이 로봇배달을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마케팅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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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뉴빌리티 대표와 회사가 개발한 로봇 '뉴비'의 모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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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로봇배달 한다면?…규제 허들 여전

뉴빌리티는 한국을 넘어 미국 등 글로벌에서도 굴지의 배달업체들과 로봇배달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송도 외 지역에서 로봇배달을 할 수 있도록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걸림돌도 있다. 바로 규제다. 최근 도로교통법과 생활물류법, 공원녹지법, 개인정보보호법이 모두 개정돼 로봇배달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지자체 수준의 규제를 푸는 것은 또 다른 숙제다.

서울 여의도에서 배달을 한다고 가정하면 배달로봇 '뉴비'가 배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여의도공원과 한강공원 운영 주체의 허가를 받아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어느 지역에서 로봇배달을 하려면 해당 지역을 관리하는 주체들의 허가를 모두 따로 받아야 하는 셈이다.

하나의 로봇을 운행하기 위해 수십 여개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빠른 사업화가 절실한 스타트업에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 대표는 "방수, 방진은 물론이고 장애물이 오면 몇 초 안에 멈추는지, 몇 cm 안에 멈추는지, 관제 시스템은 어떻게 돼 있는지 모두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인증 요소가 많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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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뉴빌리티 대표가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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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체할 로봇지능 만든다…물류·방산 진출 추진

뉴빌리티의 최종 목표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지능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뉴빌리티를 비롯한 로봇기업의 로봇지능 수준은 아직 아기가 걸음마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사람으로 따지자면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말은 30대처럼 하지만 걷고 행동하는 데는 아직 5~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중하고 있는 것은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이전까지 AI가 머신러닝을 통해 일부 데이터를 갖고 특정 분야에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백과사전과같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뉴빌리티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배달로봇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다른 분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로봇이 가장 필요한 업계인 물류와 방위산업이 큰 축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산업용 물류창고에 가보면 제품을 찾고 송장을 붙이고 출고를 하는 데 모두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정확하게 물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확장 분야로 '국방 로봇'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약력
△연세대 천문우주학 이학사
△연세대 우주비행제어공학 학석사 통합과정
△한국항공대 위성시스템 연구실 연구원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 개발팀장
△한국도로교통공단 스마트미래교통자문단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연세대 미래형자동차 핵심기술 전문인력양성센터 운영위원
△LG전자 자문위원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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