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을호비상' 내린 서울경찰청…폭설 현장 통제 경찰관 동행 취재
27일 오전 7시35분쯤 서울 종로구 북악산과 인왕산 갈림길 도로에서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사진=이찬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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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폭설 예보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이 오네요. 비가 먼저 오고 눈이 와서 미끄럽지 않은 정도라 천만다행이에요."
27일 오전 7시 기준 서울 일부 지역에 20㎝ 이상의 눈이 쌓인 가운데 교통 혼란을 막기 위한 경찰관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교통과 소속 유황목 경감은 형광색 경찰 우의를 입은 채 인왕산 부근으로 순찰차를 몰았다.
이날 △인왕산 △와룡공원 △삼청 테니스장~삼청터널 △북악스카이웨이 인근 도로가 통제됐다. 현장에서는 경찰관들이 50㎝ 간격으로 붉은색 라바 콘을 세워둔 채 차량이 도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차량 통제는 이날 오전 3~4시부터 진행됐다. 성인 발목까지 쌓인 눈에 비까지 내려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인왕산 방면 도로에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소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인왕산 자락에서 서울시청 시내까지 내려가는 동안 소나무 가지가 부러져 통행을 방해하는 지점 4곳이 발견됐다.
유 경감은 "이 정도 규모로 눈이 올 때면 나무가 부러지곤 한다"며 "활엽수는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아 잘 부러지지 않는데 침엽수는 얇은 잎 위로 눈이 쌓이고 눈이 녹아 지반이 약해지면서 종종 쓰러진다. 10년 넘게 교통과에서 근무 중인데 나무가 부러지는 경우는 1년에 많아야 1~2번 정도"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인왕산 방면 도로에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소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인왕산 자락에서 서울시청 시내까지 내려가는 동안 소나무 가지가 부러져 통행을 방해하는 지점 4곳이 발견됐다. 소나무를 정리하는 경찰관들./사진=이찬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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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경감과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권윤학 경장은 차도와 인도에 걸쳐 있는 소나무를 인도 밖으로 던졌다. 쓰러진 나무 주위로는 눈이 소복이 쌓인 나무들이 가득했다. 인왕산 부근은 산자락을 따라 굽이진 도로가 많다. 출근길 막히는 시내를 우회하기 위해 차량 통행이 늘어나는 지점 중 하나다.
순찰차를 뒤로 차량 3대가 따라오자 차량에서 내린 경찰관들이 도로를 우회해서 가라고 안내했다. 경찰관의 설명을 들은 시민들은 별다른 내색 없이 차량을 돌렸다. 권 경장은 "요즘은 통제 현장에서 잘 설명해 드리면 통제에 협조하고 돌아간다"며 "이 길을 돌아가시는 시민들이 지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유 경감은 "오르막길이라 눈길에 유턴해 내려가게 되면 위험할 수 있다"며 "방금 차량을 우회시킨 곳은 통제 구역으로 두고 좀 더 쉽게 우회할 수 있도록 아래로 내려가 1차 통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순찰차를 뒤로 차량 3대가 따라오자 차량에서 내린 경찰관들이 도로를 우회해서 가라고 안내했다. 경찰관의 설명을 들은 시민들은 별다른 내색 없이 차량을 돌렸다./사진=이찬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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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6시 '교통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을호비상은 갑호비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단계로 재난 등이 발생해 치안 질서가 혼란해지거나 그 징후가 예견될 때 소속 경찰관의 절반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전날 오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한 경찰관들도 폭설로 인해 연장 근무에 돌입했다. 종로경찰서 교통과 소속 나현곤 경위와 주임응 경위는 13시간 동안 밤샘 근무 끝에 오전 9시 교대했다.
무전에서는 "자원 근무자가 나올 때까지 연장근무자를 실시해달라"는 지령이 전파됐다. 이날 5명의 경찰관이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자원 근무를 택했다.
이날 오전 8시까지 종로경찰서에는 눈과 관련한 사고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유 경감은 "오늘 1년에 한 두 번 올까 말까 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는데 접수된 사고도 없고 교통 불편에 대한 민원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시내는 제설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0시30분을 기점으로 서울에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오전 5시50분에는 서울 동북권에 대설 경보가 내려졌다. 서울 성북구에는 오전 7시 기준 20.6㎝의 눈이 쌓였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대설경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20㎝ 이상 예상될 때 또는 산지의 경우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30㎝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6시 '교통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을호비상은 갑호비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단계로 재난 등이 발생해 치안 질서가 혼란해지거나 그 징후가 예견될 때 소속 경찰관의 절반이 비상 근무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통제 현장은 성인 발목까지 쌓인 눈에 비까지 내려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사진=이찬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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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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