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 행사장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명단을 보여주던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디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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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참여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모든 생명에 대한 학살을 고발했다. 가자 전쟁의 해결과 기후위기 해결이 서로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각) 폐막을 앞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참여한 아메드 아부 타헤르 팔레스타인 환경 품질 관리국의 국제관계책임자는 “누구를 위해 이 환경을 보호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그곳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가?”라고 질문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한 국가로, 유엔에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2021년 기준 2040년까지 26% 감축)도 제출한 나라이다.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홍수와 폭염, 가뭄과 폭풍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다고 알자지라 등은 보도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2023)는 산업화 이전 시대를 기준으로 전세계 평균 기온이 1.1℃ 상승한 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균기온은 1950년에서 2017년 사이 1.5℃ 상승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기후변화 현실에도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호소했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COP29 행사장까지 이동했다는 팔레스타인 시민단체 코디네이터인 아비르 부트메는 “가자지구에서는 모든 생명을 완전히 죽이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팔레스타인 시민단체들은 가자지구의 파괴가 화석연료의 흐름과 깊이 연관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연료 판매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팔레스타인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디언에 “우리의 요구는 세가지다.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에너지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 또 이스라엘에서 가스를 구입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 팔레스타인 해역에서 가스를 채굴하는데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석탄 수입원이었던 콜롬비아는 올해 6월 이스라엘에 석탄 판매를 중단했다. 튀르키예도 5월 이스라엘과의 전면 무역 금지를 채택한다고 밝혔으나 세계적인 석유·가스 기업인 비피(BP)와 토탈에너지사, 엑손모빌 등이 운영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여전히 석유·가스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21일부터 올해 7월12일까지 이스라엘로 공급된 원유의 28%가 COP29의 주최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분노했다.
미국의 비영리 진보적 뉴스 매체 ‘트루스아웃’은 환경데이터 연구단체인 CEOBS의 ‘군사적 배출량 격차’를 토대로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올해 5월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300~400만 톤을 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매년 COP회의를 주최하는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후 협약(UNFCCC)는 미국의 압력으로, 군사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할 의무를 회원국들에 부여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전 기후변화장관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이렇게 많은 세계적 갈등은 본 적이 없다”며 “전쟁들은 탄소 발자국과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도로 표현되지 않는다. 특히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초토화’(scorched earth)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환경적 관점에서 보면, 전쟁 후 지구는 초토화(scorched)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전쟁을 멈추는 것이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COP29 수석대표인 얄친 라피예프 아제르바이잔 외무부 차관(맨왼쪽)과 무크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인 아제르바이잔 생태·천연자원 장관(오른쪽)이 2024년 11월 24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 유엔 기후변화회의 폐막 전체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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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폐막한 COP29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발도상국 지원 재정으로 2035년까지 총1조3천억달러(약 1827조원)로 늘리기로 했다. 신규 기후재원은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모으고, 이 가운데 최소 3천억 달러(421조원)는 선진국 정부가 주도해마련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 모호하다는 비판과 함께 폐막했다. 협상 막바지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관계자가 협상 문서의 문구를 변경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2009년 15차 회의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약 130조원)의 기후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2022년에 이를 달성한 전력이 있다. 28차 회의에서는 선진국이 기후재앙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에 금전적 보상을 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기금’이 출범했으나 이번 회의에서 관련된 추가 논의는 없었다. 가디언은 COP29 폐막 관련 기사에서 “그다지 만족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거래”라고 해설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소속 관계자가 문구를 수정했다는 흔적. 가디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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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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