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탄' 한마디에 쑥대밭 된 게임축제...허위·장난 글 가중처벌 필요할 때

[조성준 기자]

일산 킨텍스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급대 차량. / 사진=조성준 기자

"킨텍스에 폭탄 설치하고 왔다"

단 한줄이다. 이 한줄의 게시글로 인해 일산 킨텍스에서 대규모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한 게임 행사가 쑥대밭이 됐다.

22일 킨텍스에는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 40여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폭발물탐지견 2마리도 함께 출동해 수색을 벌였으나 다행히도 폭탄은 발견되지 않고 상황이 종료됐다.

약 2시간에 걸친 수색 결과 폭탄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후폭풍은 컸다. 오랜 기간 행사를 준비한 게임업체 측은 오프라인 행사를 일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특히 해당 행사는 게임업체가 1년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는 이벤트다. 내년 업데이트 계획과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로, 유저들도 매년 학수고대하는 빅 이벤트다.

무엇보다 이번 업데이트를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유저들의 피해가 컸다. 먼 길을 달려 킨텍스에 도착하고, 오후 5시에 입장하기 위해 수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대기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10대 학생들도 있었다. 치열했던 사전 티켓팅을 뚫고 킨텍스를 방문한 이들은 폭탄이 설치됐다는 소식에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남학생은 "집까지 가는 지하철이 끊기기전에 가야해서 돌아가려 한다"며 "어떤 관종(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이가 없다"고 허탈해 했다.

경찰 수색 결과 폭탄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해당 게시글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일에도 '호요랜드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게시글을 작성한 1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같은 게임 산업에서 연달아 비슷한 유형의 글이 작성된 것으로 미뤄볼때 이번 폭탄설치 글도 누군가의 장난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추측이다.

문제는 이러한 허위글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일 '호요랜드 폭발물' 글을 올린 10대는 검거됐다는 소식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오프라인 축제 당시 폭탄테러가 예고되며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됐지만, 회사 측은 처벌 조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허위로 글을 작성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심각한 범죄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폭탄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허위글의 경우 더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탄으로 인한 허위글은 중범죄로 분류돼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으며, 특히 이로 인해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엄격해질 수 있다. 특히 허위글로 인해 출동하는 경찰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간주돼 공무집행방해죄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허위 글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현장의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안이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매주 게임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넥슨은 오는 23일 '블루아카이브 3주년 행사인 '사운드 아카이브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고 30일에는 '마비노기'의 겨울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일게이트는 29일부터 인디게임 축제 '버닝비버 2024'를 앞두고 있다. 내달 7일에는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및 게임 축제 'AGF 2024'도 개최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경찰과 사전에 협조해 주변 순찰을 강화하거나, 비상시 안전한 대피 동선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허위 글을 올린 작성자를 검거하면 가중처벌을 적용해 똑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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