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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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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또 협박 "요격 못하는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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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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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향해 미국·영국 승낙을 받아 감행한 미사일 공격에 러시아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반격하면서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위기를 맞고 있다. 확전 원인을 두고 서방 진영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 탓을 하며 긴장감이 높아지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영방송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영국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응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의 군사산업단지 시설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드니프로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신 러시아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를 시험했다"며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이름이 '오레시니크(개암)'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레시니크에 대해 "마하10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며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이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초속 3.4㎞인 마하10의 속도를 초속 2.5∼3㎞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용한 미사일은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를 갖추고 있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한다.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핵프로젝트(ONP) 연구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MIRV에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도 핵탄두 장착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실험 차원에서 IRBM을 발사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며 "다른 형태의 재래식 무기나 핵탄두를 실어 나르도록 개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발사된 것은 극초음속 IRBM이었다. 러시아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영국산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상대로 신형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시설을 공격할 때 그들의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국가의 군사시설에 우리 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공격적 행동이 확대되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엑스를 통해 러시아가 23일까지 일부 영공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은 확전 정책을 계속하면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장거리 정밀 무기 공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며 "서방이 이러한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을 세계적인 분쟁으로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확전 책임을 서방 진영에 돌리는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기 30분 전에 미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의 규모와 잔인함이 명백하고 심각하게 확대됐다"며 "이는 러시아가 평화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제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러시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나토와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도 러시아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향후 휴전 또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를 세 부분으로 나누는 내용이 포함된 상황 예측 보고서를 조만간 미국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키이우포스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는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고, 키이우가 포함된 중부 지역에는 친러시아 괴뢰 정권을 수립해 러시아군이 주둔한다. 서부 지역은 '분쟁지'로 남겨 폴란드와 헝가리, 루마니아가 관리한다.

한편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북한군 고위 장성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들 당국자는 해당 북한군 장교가 얼마나 다쳤는지와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싱 부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며 "다만 북한군은 그들이 위치한 곳에서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사일 공방전으로 치달으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거래소에서 천연가스 12월물은 전장 대비 3.94% 상승한 메가와트시(MWh)당 48.640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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