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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암호화폐 저승사자’ 사임에…비트코인, 10만달러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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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일 챗지피티(ChatGPT)에 ‘가까운 미래에 미국이 암호화폐의 중심지가 되는 모습을 만들어 달라’는 명령어를 넣어 생성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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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일 코인마켓캡의 비트코인 가격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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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이달 초 미 대선 승리가 가격 급등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1월20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시작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는 과연 암호화폐에 날개를 달아줄까?







트럼프의 약속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내가 당선된다면, 미국 정부가 현재 가지고 있거나 미래에 취득할 모든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 이것이 곧 미국의 정책이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7월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연방정부가 금융 범죄자한테서 압류한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뜻이다. 미 당국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정기적으로 경매 처분하는데 가격하락이 뒤따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약속은 사실상 현재 크게 오른 암호화폐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이 산업을 싫어하는 이들이 아닌 사랑하는 이들이 규칙을 만들게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암호화폐 업계가 원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확립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옹호자들, 새 행정부 전면 배치





암호화폐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친화적 발언보다 더 상징적인 장면이 지난 5일 선거 당일 밤 연출됐다.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선거 승리 축하 행사가 열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 곁에는 3명이 함께 자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버트 에프 케네디 주니어, 미 금융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루트닉 최고경영자 등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암호화폐 옹호자이자 새 행정부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020년 당시 15억달러가 넘는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공개한 바 있고, 이 회사를 운영하는 머스크는 암호화폐 중 하나인 도지코인을 홍보해왔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을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케네디 주니어는 비트코인이 “자유의 화폐”라면서 자기도 재산의 대부분을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루트닉 역시 암호화폐 옹호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선거 기간, 트럼프 캠프는 10월 기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로 약 750만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다. 암호화폐 업계와 옹호자가 트럼프의 당선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내각 일원으로까지 합류한 것이다. 향후 정부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이유다.







암호화폐 저승사자, 겐슬러의 사임





이런 가운데 21일에는 ‘암호화폐 저승사자’로 통하는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성명을 내어 내년 1월20일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임기는 남아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내 “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를 해고하겠다”라고 밝힌 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통상적으로 위원장 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선제로 입장을 표명한 거로 보인다.



겐슬러 위원장의 사임은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그는 암호화폐 산업의 상당 부분이 증권거래위원회의 관할권 아래 있다면서, 업계가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2021년 임기 초반 그는 암호화폐 시장을 “무법 지대”라고 부르면서 “사기, 속임수, 남용 등으로 만연하고, 과대 광고와 왜곡이 많다. 많은 경우 투자자가 균형 잡히고 완전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위원회는 재임 기간 암호화폐 기업을 상대로 사기, 워시 트레이딩(동일인이 매수·매도자가 돼 거래량을 부풀리는 행위) 등 혐의를 적용해 법적 조치를 100건 이상 취했다.



암호화폐 규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겐슬러 위원장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화를 위해 노력한 성과가 결코 작지 않다. 지난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s)를 승인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살 때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 입장을 밝힌 뒤인 22일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암호화폐 국제거래소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12시30분 기준 9만9199달러까지 오른 뒤 오후 4시10분 현재 9만9000달러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두배 이상 올랐는데, 특히 미 대선 뒤 현재까지 약 40% 상승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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