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인구소멸지역 영도의 선박수리공장, 흥행 돌풍 미술관이 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부산 영도구 동삼동). 선박수리공장이었는데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오른쪽이 복합문화공간 ‘피아크’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선박수리공장이었는데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맞은편 복합문화공간 ‘피아크’에서 바라본 부산항 북항. 맞은편이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다. 고층 건물은 오륙도에스케이뷰아파트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이 선박을 만드는 공장이었다니 믿기지 않네요.”



지난달 30일 아르떼뮤지엄 부산관(부산 영도구 동삼동)에서 만난 박아무개(45)씨는 “영도구에 미술관이 생겼다고 해서 학부모님들과 함께 들렀다. 영상 작품들이 신기하고 살아있는 것 같아서 실감 난다”고 말했다.



아르떼뮤지엄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디자인을 제작하는 ‘디스트릭트코리아’(서울 강남구 삼성동)가 운영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일반 미술관과 다르게 벽면에 컴퓨터로 작업해 복제한 예술품을 빛을 이용해 재현한다.



아르떼뮤지엄은 2020년 제주도에 처음 들어섰다. 이어 2021년 전남 여수시와 강원도 강릉시에 상륙했다. 2022년 홍콩, 2023년 중국 청두·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분관을 설치했다. 부산관은 지난 7월 개관했다. 국내 네번째이자 세계 여덟번째다. 전시관 면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라이브 스케치북. 관람객이 그림을 그리면 화면에 재현된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무한한 폭포(워터폴 인피너트).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해변(스태리 비치).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관이 주목받는 것은 부산 남쪽 끝의 섬인 영도구에 둥지를 틀었다는 점이다. 맑은 날에는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이 보인다. 일제강점기엔 말을 키워서 부산항을 거쳐 만주 등지로 보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란민들이 몰려들었다. 중·소규모 조선소들이 번성했다. 망치로 선박을 두들겨 나는 소리가 밤낮으로 울렸던 ‘깡깡이마을’과 피란민들이 옹기종기 살았던 흰여울마을도 이곳에 있다.



영도구는 조선산업 쇠퇴와 함께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하나둘 떠나갔고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교통편과 편의시설 부족에 갈수록 인구가 감소했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10월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포함됐다. 영도구 인구는 1992년 20만명, 2000년 18만명, 2010년 14만명, 2023년 10만명이다. 30년 만에 인구가 반 토막이 났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정원(가든)방. 모네의 그림이 나오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시와 디스트릭트코리아는 2022년 6월 부산시와 디스트릭트코리아는 협약을 체결했다. 디스트릭트코리아는 부산관 터를 물색했다. 여러 후보지 가운데 영도구 동삼동 제일그룹 선박수리공장을 찍었다. 선박수리공장에 미술관을 설치하면 맞은편 복합문화공간 ‘피아크’와 상승효과를 기대했다. 장수진 아르떼뮤지엄 부산관장은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벽면을 이용하기 때문에 넓은 터가 필요하고 공장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쇠퇴하는 지역에 미술관을 건립하면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는데 기여를 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0월 제일그룹과 디스트릭트코리아가 협약을 체결했다. 제일그룹이 선박수리공장 터 5600㎡를 제공하고 200억원을 들여서 선박수리공장 안을 전시관으로 꾸미고 디스트릭트코리아는 부산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전시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얼음(아이스)방. 기후위기에 녹아내린 빙하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꽃(플라워)방.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걸림돌이 있었다. 공장 터에 미술관을 설치할 수가 없었다. 공업지역을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곳으로 변경하려면 절차가 복잡했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혜 시비마저 우려됐다. 이에 부산시장이 결정하는 도시계획시설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6월 땅의 용도는 변경하지 않고 문화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만들었다. 마침내 아르떼뮤지엄 부산관은 지난 7월 개관했다. 2022년 6월 부산시와 디스트릭트코리아가 협약을 체결하고 2년 만이다.



부산관은 영도구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외진 곳에 있다. 이에 부산시는 22분마다 도착하는 186번 버스 노선을 변경해 부산관 앞에 버스 정류소를 만들었다. 부산시티투어 노선에도 부산관을 넣었다.



한겨레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정원(가든)방. 부산 마린시티 앞을 지나는 유람선이 연출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관은 연간 100만명 관객 유치를 목표하는데 개관 뒤 석달 동안 22만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제일그룹 관계자는 “개관 초기여서 아르떼뮤지엄 부산관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산관 개관 뒤 주말 주변 도로 차량흐름이 아주 느려졌고 썰렁하던 주변 식당들도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아르떼뮤지엄 부산관은 공적 예산을 들이는 공공개발이 아니라 규제정비와 행정지원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치한 사례다. 아르떼뮤지엄 부산관이 쇠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