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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사진은 사랑이다]사진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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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포트레이트

경향신문

노미애씨는 홀로서기를 이룬 그 녹록지 않은 과정을 자신의 얼굴을 찍은 셀프포트레이트 연작을 통해 온전히 드러냈다. ⓒ노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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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이들은 많아도 사진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찍든 ‘하든’ 결국 사진 촬영과 연관된 얘기일 터인데 그 둘은 나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같으나 예술작품이나 기록 등 목적으로 사진 이미지의 물성화에 목적을 두는가, 아니면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내적 감정과 깊이 교감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가 정도의 구분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 드문 이들을 만나 그들의 즐거운 자기 준동을 듣고 보는 일을 주업처럼 삼아왔다. 각각의 개별적 감성이 생생히 펼쳐지는 그 시간들은 늘 가슴을 부풀게 한다.

그중 한 사람, ‘노미애’씨(65)가 풀어내는 사진과 이야기는 몹시 특별하다. 햇수로 5년 넘게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진이 가진 회복과 치유의 역동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지로서의 결과물에 천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사진을 왜 하는지를 자문하고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둔다. 환희와 슬픔, 성취와 상실의 감정과 스스로 접촉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탐색한다. 사진을 자기감정과의 대면행위로 여기면서 처음과 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노미애씨는 22년 전 췌장암으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그는 배우자를 잃은 슬픔에 젖을 틈 없이 어린 두 자녀와 함께 당장 생계부터 해결해야 했다. 소위 ‘과부’를 대하는 사회적 편견과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동정심과도 싸워야 했다. 지독한 고립감도 문제였다. 번역 일이나 그림 배우기 등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며 가슴 깊이 배인 절망감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기도 했다. 결국 오랜 시간 자신을 흔들어댄 내면의 상처들을 마주하기로 마음을 다지고 그 행동의 도구로 사진을 선택했다.

장롱 깊이 보관해 둔 남편의 유품들을 꺼내 하나하나 바라보며 새롭게 작별식을 치르고, 가족앨범 속 어릴 적 자기 사진을 보며 자신의 여전하고도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모색의 시간도 갖고, 세월호나 이태원 등 대형 참사 현장들을 둘러보며 망자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가져왔다. 이는 자기 내면에 드리워진 그늘의 기원들과 마주하고 이를 보듬어 다시 품어내려는 자기 살핌의 시간들이었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그의 작업은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해 직접 자신의 얼굴을 찍은 셀프포트레이트 연작이다. 이 연작에서 그는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이룬 그 녹록지 않은 과정을 자기 얼굴을 통해 온전히 드러낸다. 누가 볼까 두려워 혼자 자택 안방에서 시작한 이 작업은 수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 마지막은 안방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왕십리역 광장에서 당당한 얼굴로 찍은 사진이다. 수백장에 이르는 연작 사진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내면의 흐름들이 단단하게 이어진다.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 상실과 절망감마저 수용해내는 농밀한 회복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외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만큼 대단한 자기치유의 걸음이자 사진의 보편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할의 모색이다. 노미애씨의 말처럼 그는 사진 ‘하는’ 사람이 정말 맞다.

임종진 사진치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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