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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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롯데그룹의 ‘효자’ 노릇을 했던 롯데케미칼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그룹의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과거 약 2조원의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맺었던 최소한의 현금창출능력 유지 조건마저 지키지 못하게 되며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유동성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롯데그룹은 동원 가능한 현금 규모를 공개하며 시장의 불안을 달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한 총 2조원 규모의 공모 사채 14건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하며 내걸었던 특약 조건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특약 조건은 3개년 에비타(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총 이자비용의 5배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국내 석유화학 업황이 크게 악화하며 롯데케미칼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롯데그룹이 밝힌 올해 9월 말 기준 3개년 에비타는 이자비용의 4.3배로 기준치인 5배를 밑돌았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개년 연속 영업적자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7055억원 수준일 걸로 전망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2018년 이래 주요 수출 시장이던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인해 높아진 자급률과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아 실적 부진 늪에 빠져있다. 최근 원가 격인 유가가 배럴 당 80달러를 오가는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되며 석유화학 제품 마진(스프레드)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3대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나머지 2곳인 엘지(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큰 폭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며 차입금을 늘린 탓에 이자 부담으로 홀로 적자 늪에 빠져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은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의 활용 가능한 보유 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룹이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도 15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다음 주 중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해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걸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당분간 롯데케미칼 사정이 좋아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기업1실 수석연구원은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은 중기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걸로 본다”며 “중단기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다.
정부도 석유화학업계 상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책금융 지원과 중장기적 사업 개편 인센티브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 관계부처 합동으로 석유화학 (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만들고 있다. 다음 달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지현 박지영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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