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에 후원금 10만달러와 사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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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지(JUUN.J)', '유돈 초이(Eudon Choi)', '레지나 표(Regina Pyo)', '애슐린(ASHLYN)' 등 해외에서 인정 받은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 디자이너들은 해외에서 먼저 호평 받으며 파리, 뉴욕, 런던 등 세계 무대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 SFDF) 수상자라는 점이다.
20년간 380만 달러 후원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패션)이 지난 2005년 설립한 패션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 SFDF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SFDF는 2005년 당시 제일모직 상무였던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은 세계적인 한국 디자이너가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제일모직을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그 일환으로 한국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SFDF를 설립했다.
SFDF 지원 자격은 해외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거나 해외 판매 실적이 있는 한국계 신진 패션 디자이너다. 론칭 5년 이하의 독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야 하며 연령, 학력 제한은 없다. 수상자에게는 디자인 창작 활동을 위한 후원금 10만달러와 국내외 홍보 등 사업 지원이 뒤따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FDF 20회 수상자 김지용 디자이너. /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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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SFDF처럼 특정 기업이 독자적으로 어떤 조건이나 제약 없이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프랑스국립패션예술진흥협회(ANDAM) 어워즈',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보그(VOGUE) 펀드' 등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정부와 협회, 기업이 함께 하는 형태다. 세계적인 패션·명품 기업 LVMH의 신진 디자이너 발굴 프로그램 'LVMH 프라이즈'는 SFDF보다 한참 뒤인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SFDF는 20년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 총 27개팀을 발굴했다. 이들에 대한 후원금만 총 380만달러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 상황이 어려워져 펀드 수상자 선정을 중단할 위기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꾸준히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힘쓰고 있다.
해외서 인정 받은 K패션
SFDF의 역대 수상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SFDF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FDF 제4·5·6회 수상자(2009~2011년)인 정욱준 준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삼성패션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정 CD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현재 해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K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2007년부터 매 시즌 파리 컬렉션을 선보이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정 CD는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으로 선정됐고 2016년 세계 최대 남성복 전시회 '피티 워모(Pitti Uomo)'의 게스트 디자이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 CD는 SFDF를 세 번째 수상했던 2011년 삼성패션에 영입돼 현재 삼성패션의 해외 진출의 선봉장에 서있다. 준지는 홀세일 형태로 해외 사업을 벌이며 전 세계 주요 백화점과 편집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해 초 영국 헤롯백화점, 지난 9월 이탈리아 밀라노 리나센테 백화점에 팝업을 열며 유럽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의 백화점에 단독 매장도 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준지'의 REEL 상해점. /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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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제7·8·9회 수상자(2012~2014년)인 최유돈 디자이너도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가 만든 여성복 브랜드 유돈 초이는 영국 런던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국내 핸드백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2022년 그를 CD로 영입해 같은해 처음으로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하기도 했다.
레지나표의 표지영 디자이너(2018·2019년 제13·14회 수상)도 SFDF 수상 후 런던 컬렉션에 꾸준히 참여하며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멀버리', '앤아더스토리즈'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도 했다. 애슐린의 박상연 디자이너(2023년 제18회 수상)도 뉴욕 컬렉션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박상연 디자이너는 2022년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강혁(KANGHYUK)'의 최강혁·손상락 디자이너(2022·2023년 제16·17회 수상)는 지난해 삼성패션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와 협업을 펼쳐 주목 받았다.
SFDF 20주년을 맞은 올해 수상자로는 '지용킴(JiyongKim)'의 김지용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김지용 디자이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수상하게 됐다. 김 디자이너가 2021년 론칭한 지용킴은 옷과 원단을 햇빛에 오랜 시간 그을리는 '선 블리치' 기법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해외 유명 편집숍 25곳에 이미 입점해 K패션 대표 디자이너로 떠오르고 있다.
최명구 SFDF 사무국장은 "SFDF는 설립 이래 잠재력 있는 한국 신진 디자이너 발굴과 체계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 있는 자세로 K패션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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